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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560224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1-09-20
책 소개
목차
시작점 … 14
[전前 ㅣ 태생]
아가미 인간 … 19
우울의 이력 … 33
마당을 나온 암탉 … 47
숨, 쉼 … 62
도망가자 … 73
[중中 ㅣ 도피]
블루 문 … 81
푸른 별, 푸른 섬 … 90
잘 지내 … 101
한 뼘짜리 일출 … 110
메밀꽃 필 무렵 … 116
마치 우울하고 예민한 내가 죽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 123
나는 언니가 살았으면 좋겠어 … 133
나의 미운 새끼 고양이 … 142
짜이찌엔 … 151
와인 한잔 마시며 쓰는 제주도 회상 일지 … 158
[후後 ㅣ 직면]
섬 … 177
숨구멍 … 185
이 세상에 이해받아야 할 우울은 없지만 … 195
핑계 … 201
여전해 … 209
바람의 술꾼 … 214
끝점 … 229
저자소개
책속에서
코로나가 자꾸 내게서 계획을 앗아가고 그 대가로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뭘 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답은 시간이 많다고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침대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지만 잠자는 시간은 점점 줄었다. 원래 있던 불면증은 더욱 심해졌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울면서 보냈다.
상처 위로 아가미들이 돋아난다. 들숨에 벌어지고 날숨에 닫히는 아가미들. 푸른 바다를 떠다니는 아가미 인간. 눈은 멀었고, 입은 굳게 닫혔고, 제 손으로 코를 움켜쥐었다. 움푹 파인 상처로 숨을 내뱉고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그 비참함을 껴안고 침대 위에서 유영하는 삶. 나는 그런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왜, 다들 말하잖아. 사람은 누구나 다 힘들다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만큼 우울을 얕잡아 보게 만드는 말도 없을 거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정신의학과에 가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우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 작은 병원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로 빽빽했다. 그냥 일반적인 병동 같았다. 대기하던 사람들은 모두 길거리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차라리 어디 표시라도 났더라면 병원에 발을 들이기가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다가, 다들 어디가 그렇게 아파서 온 건지 괜히 마음이 아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