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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7677748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3-10-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가인
01 학기말시험
02 모의 전투
03 5도살장
04 통과의례
05 유령의 시간
06 변조된 기억
07 공중항해
08 검은 숲
09 자유연합
10 진짜 바다
11 불량품
12 꼭두각시 춤
13 죽은 이의 대변인
에필로그; 이드가인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움직여!」
‘이드’에게 명령했지만 허사였다.
「안 돼.」
‘이드’가 거부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드’가 자아의 의지를 거부하다니!
‘이드’는 겁에 질려 있었다. 그제야 내가 겁을 집어먹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아무것도 볼 수 없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이제까지 청각으로만 상황을 인식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인지의 불능이 판단마저 흐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모른다는 것은 철저하게 고립된 기분이 들게 했고, 나는 ‘모른다’는 것이 ‘두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경고를 받았고, 진은 정학을 맞고 관심 대상 목록에 올라갔다. 주임 선생님의 공평하지 않은 결정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중간에서 난처한 처지가 되고 말았으니까.
진은 나를 대신해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며 비도덕적인 일에 대해 항변했는데 나는 바보처럼 한마디도 거들지 못했다. 바보처럼 말이다. 내가 결정한 일인데 나는 말을 아꼈고 진은 항변했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 것이다.
“나는 사람을 죽였어요.”
“그렇지 않아. 단지 시뮬레이션 게임일 뿐이야.”
아빠가 그런 말을 하다니! 내 죄책감은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아빠. 속이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이제 다 컸어요. 그 정도 사리 분별은 할 줄 아는 나이라고요.”
아빠가 말없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야.”
아빠가 나지막이 말했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모르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