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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773631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2-02-03
책 소개
목차
합동유세
정욱아!
선관위까지
돈 봉투
뉴스를 막아라
터널의 끝
저자소개
책속에서
개정판을 내며
계속 춥다가 모처럼 따스했던 토요일 오후, 산에서 내려와 일행과 둘러앉아 도토리묵에 막걸릿잔을 기울이는데 어디선가 영화 <탑건>의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탑건 2: 매버릭>이 올봄에 개봉한다는데…. 주인공 배우가 나와 갑장이다, 톰 크루즈는 알 턱이 없지만.
매스컴은 연일 선거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민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저질 폭로, 가짜뉴스, 도 넘은 인신공격 등으로 도배된 똑같은 기사에 짜증을 낸다. 그리고 대통령감은 안 보이고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만 있어서 역대 최악의 선거, 비호감 월드컵이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누가 이기든 미래는 없다!’라는 18년 전 영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포스터 카피까지 소환하고 있다. 자고로 술자리에 제일 좋은 안주가 선거 얘긴데, 요새는 꺼냈다가는 집중포화로 비난받는다. 어찌 됐건 한 달 뒤에는 앞으로 5년 동안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한다. 인물이 없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택하고, 그마저도 없다면 차악(次惡)이라도 골라야 한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집 등 고가품은 물론이고 음식배달을 시킬 때도 업소와 음식 사진을 확인하고, 사용자 평가와 후기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왜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데 기분대로 대충 결정하는가?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검색할 수 있다. 그리고 집으로 배달된 선거 공보를 찬찬히 살펴보자. 다른 사람들 말은 참고만 하되, 결정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 특히 정치평론가랍시고 종편방송 여기저기 다니며 정당에서 내준 자료만 되뇌는 ‘녹음 스피커’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야 한다.
런던 국회의사당이 환히 불을 밝힌 것을 보고 국민이 마음 놓고 잠을 잔다는 민주주의의 모범국가 영국도 1세기 전까지만 해도 부정선거가 판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산업혁명을 겪으며 돈을 많이 번 기업가들이 유권자를 대거 자기 회사에 취직시키고는 선거가 끝나면 모두 해고하는 게 당시의 풍습이고, 관행이었다고 한다. 이후 영국은 근 1백여 년에 걸쳐 선거제도를 개혁해왔으며,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선거기반이 민주화되고 관권·부정선거가 없어진 게 불과 30년도 안 된다. 1990년대 중반 개정된 선거법이 그 발단이며, 약 10여 년의 과도기를 거쳐 지금의 수준에 이른 것이다.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런던 시민과 달리 서울 시민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으면 ‘저것들이 무슨 작당을 하려고 지금까지 불을 켜고 있나?’ 하는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룬다는 자조의 농담이 사라져야 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반드시 공명정대한 선거풍토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오직 유권자만이 그 완성을 이룰 수 있다.
최근 들어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세력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개표 부정은 하려야 할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전설의 도둑 루팡이 와도 안 된다. 체육관 같은 개방된 장소에서 진행되는 개표작업을 직접 보고 나면 절대 그런 소리를 할 수 없다. 선관위에 미리 통보만 하면 국민 누구나 참관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 여당 편이던 선관위는 공정해졌고 더불어 선거기반도 깨끗하게 투명해지고 있다. 이제 유권자가 바뀔 차례다. 그러면 정치인은 저절로 따라온다.
<탑건>의 테마송 ‘Take My Breath Away’는 내 핸드폰 벨 소리고, 출판사 사장의 전화였다. 22년 전 《소설 선거》 개정판을 출간해 이번 설날 차례상에 올리자고 했다. 뜬금없는 소리라고 여겨 일축했다. 선거방식이나 적용된 선거법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권·부정선거는 사라져 가는데, 왜 선거판은 더 추접스러워졌냐?’면서 1990년대 선거를 소환하자고 했다. <탑건2>처럼, 마음이 동했다. 그리고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열흘간 휘몰아치며 직접 기획·편집하고, 나에게는 20여 년 전 열정을 새삼 일깨워준 콘텐츠통 대표 손정희 박사와 설 연휴에 원고를 교정해주신 한국사보협회 회장 김흥기 시인께 감사드린다.
밤섬이 내려다보이는 여의도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