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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세계일주여행 > 세계일주여행 에세이
· ISBN : 9791197928697
· 쪽수 : 202쪽
· 출판일 : 2022-06-22
책 소개
목차
뮌헨-프라하-드레스덴-베를린-쾰른-브뤼셀-파리-프랑크푸르트-상하이-쑤저우-항저우-베이징-청더-다퉁-오사카-나라-쿤밍-니장-다리-맺음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브셰흐라드 성터에서 프라하 시내를 조망하면 매력적인 도시가 갖추어야 할 것은 모두 갖추고 있는 도시가 프라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옛 성터에서 북쪽으로 난 문을 통해 포석 깔린 길로 내려가면 고양이처럼 시가지로 들어갈 수 있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그 길을 따라 천천히 프라하의 독특한 건물들을 감상하며, 포석이 깔린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진귀한 건물들을 보면 그 안을 기웃거리며, 피곤하면 카페로 들어가 카페라테를 홀짝이며 이 아름다운 봄날의 여유를 부족함 없이 마음껏 누려 보았을 텐데··· 아쉬움을 하나 더 보태자면 오늘이 프라하에 체류하는 마지막 날이다.
프라하의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로레타 성당.
통일 독일의 수도이지만 베를린의 인구는 아직 400만이 안 된다. 독일인은 전 국토에 적절히 흩어져 산다. 독일의 중요한 산업도 각 지방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다. 예를 들면 BMW 본사는 바이에른주에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는 바덴-뷔르텐베르그 주에 있고, 폭스바겐 본사는 니더작센주에 있다. 우리는 인구뿐만 아니라 기반 산업도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어 있다. 그러므로 독일의 집값이 우리보다 저렴하고 임대료도 싸다. 그리고 임차인의 권리가 법으로 엄격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꼭 집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우리보다 약하다. 그뿐만 아니라 과도한 인구 집중은 여러 가지 사회 문제,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유발한다. 당연히 삶의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날씨가 화창한 5월이나 10월에 시가전차를 타고 가다 보면 눈부신 햇살이 창밖의 풍경을 더없이 아름답게 비추곤 했다. 그러한 풍경을 볼 때마다 그 풍경이 시야에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으로 스며들어오는 듯했다. 그러면 가슴속에서는 왠지 모를 뭔가 딱 집어 얘기하기 힘든 파동으로 가슴이 아려왔다.
공부하는 것을 빼면 삶은 편안했지만, 가슴속의 공허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다. 아니 시간이 흐를수록 공허감이 커지는 것만 같았다. 그 공허함만 아니었더라도 그곳에서 별걱정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 그림 같은 곳에 산다고 해서 삶이 그림만큼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행복만큼 빨리 달아나는 것도 없으며 행복만큼 깨지기 쉬운 것도 없다. 행복은 순간에 지나지 않고 우리는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여행하다 보면 가끔 생각의 끈이 끊어질 때가 있다. 전동차 안에서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불어방송이 나올 때, 낯선 골목길을 거닐다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모습과는 생판 다른 광경을 보게 될 때, 정성스럽게 잘 꾸며진 가게 안을 들여다볼 때,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망상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완전히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숙소 주변을 느긋하게 돌아볼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브뤼셀에서는 마음을 놓아버려서인지 자주 그런 기분에 빠져들었다. 평소에는 거의 느끼기 어려운 속세의 번뇌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그런 감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