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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009128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4-01-15
책 소개
목차
메탈
에밀
이
하루
밥 한끼
고양이
복수자의 오두막
노인 전쟁
감옥
아무도 안 죽는 일곱 머리 이야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항 속 금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리는 사람들은 수일 내로 죽을 날을 받아 놓은 사람들 같다. 거리는 곧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될 것처럼 보인다. 다 죽고 무너진 자리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얼굴의 4인조가 모여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을 조롱하는 메탈을 연주하고 노래한다. 듣는 사람은 나 혼자이다. 하늘에서 별이 녹아내린다. 별이 녹은 끈적한 액체가 내 이마에 떨어져 뜻 모를 검은 문양을 새기고 그것은 지워지지 않는다. 기억하지만, 돌아보지 않는다. 고독하지만, 둘러보지 않는다. 앞으로 가지만, 목적지는 없다. 목마르지만, 술 생각은 나지 않는다.
(‘메탈’ 에서)
지현은 에밀을 보고 있다가 이내 그 앞에 무너져 내리듯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울었다. 에밀은 지현의 죽은 엄마였다가, 어려서 죽은 아들이었다. 에밀이 말했다. 아까 저 사람이 내게서 본 것은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얼굴이었어. 네가 내게서 보는 것이 누구인지 나는 알겠어.
지현은 울먹이며 에밀에게 말했다. 너는 세상의 모든 영혼이구나.
(‘에밀’ 에서)
나는 항상 죽은 자들의 편이었다. 살아 있었을 때의 그들이 아니라 죽어서 살아 있었을 때의 개별적 특성을 모두 잃고 망자라는 보편자가 되어 내 앞에 누워 있는 죽은 자들. 살았을 때 혹시 아무리 악랄하고 고약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죽어서 내 앞에 온 그들은 모두 평등한 세계의 사물들이었다. 오히려, 아니 당연하게도, 그들과 연결된 범인, 가족, 친구, 동료 등 아직은 숨 쉬고 심장 뛰며 살아 있는 자들이 더 지독했다. 그들도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하여 살아 있었을 때보다 고귀해지기를. 각자의 개별성을 그대로 지닌 채 천국에 가는 것은 구원이 아님을 깨닫고 헛된 소망에서 벗어나기를.
(‘이’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