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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키 리우 (지은이), 곽범신 (옮긴이)
허밍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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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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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TIGER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8183095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24-06-01

책 소개

3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동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두 명의 범인 중 한 명이 옥사했다. 당시 형사였던 호시노 세이지는 범인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고, 구식 DNA 검사 결과가 일치하여 수사가 빠르게 종결되는데...

목차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에필로그

저자소개

구시키 리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2년 니가타 현에서 출생했다. 2012년 『헌티드 캠퍼스』로 제19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적과 백』으로 제25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을 달성하며 데뷔했다. 『사형에 이르는 병』에서 연쇄살인범의 무시무시한 심리를 파고들어 묘사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어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이후 『TIGER』를 출간하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소년 농성』은 살인 혐의를 받은 한 소년이 무고함을 호소하며 권총을 손에 들면서 진행되는 서스펜스 미스터리다. 인질을 붙든 소년은 진범을 찾으라고 경찰에게 요구하는데…… 다른 작품으로는 『사형에 이르는 병』, 『침식』, 『209호에는 모르는 아이가 있다』, 『피뢰침의 여름』, 『노인의 꿀벌』, 『포로의 개』, 『미지근하게 흐르는 검은 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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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범신 (옮긴이)    정보 더보기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후, 취업 준비를 위해 찾은 도서관에서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접하며 뒤늦게 번역가라는 꿈을 품게 되었다. ‘겸허하되 주눅 들지 않는, 과감하되 자만하지 않는 번역가’라는 목표를 향해 오늘도 노력하며,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자 힘쓰고 있다.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머릿속에 쏙쏙! 화학 노트』, 『돈의 세계사』,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 『TIGER』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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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 . .
돌바닥에는 옅은 회색과 진한 초록색 타일이 교대로 채워져 있다. 이것을 체크무늬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소녀는 아직 몰랐다.
회색 바닥만 밟고 가야지. 소녀는 생각했다.
회색은 안전해. 진한 초록색은 위험한 숲이라서 떨어지면 사람을 먹는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고 말 거야.
?끝까지 회색만 밟고 간다면 내일도 좋은 날.
소녀가 여덟 번째 회색으로 왼발을 내디딘 순간,
“저기, 얘, 미안한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소녀를 불러 세웠다.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갓길에 세워놓은 승합차 옆에 남자가 서 있었다. 난감하다는 듯 눈썹을 내리깐 채 소녀를 쳐다보고 있다.
남자는 다쳤는지 오른팔에 삼각 붕대가 감겨 있었다.
“거기 꼬마야. 미안한데 좀 도와줄래?”
남자는 승합차 트렁크와 슈퍼마켓의 카트를 왼손으로 번갈아 가리켰다.
카트에는 방금 산 듯한 식료품 봉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한 손으로는 봉지를 자동차에 싣기 어려운 듯했다.
소녀는 잠시 망설였다.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보거든 도와주라고도 말했다. 이번 경우는 어느 쪽일까.
남자는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린 채 다시 한 번 말했다.
“미안해. 혼자서는 힘들어서 그래.”
소녀의 눈이 퍼뜩 대시보드로 향했다.
아하, 소녀는 생각했다.
이 아저씨 집에는 내 또래의 여자애가 있구나. 그 애를 태우고 만날 드라이브를 나가나 봐.
남자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소녀는 결심했다.
선생님은 “따라가면 안 돼”라고 말했다. 그러니 따라가지만 않으면 될 거야. 짐 싣는 것만 도와줄 뿐이니까. 다 끝나면 바이바이,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돼.
소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삼각 붕대에 감긴 남자의 팔이 사실은 멀쩡하다는 사실을 소녀는 아직 모른다.
앞으로의 제 운명도, 아버지나 외할머니가 흘릴 슬픔의 눈물도 모른다.
바로 얼마 전에 산 아디다스 스니커즈가 회색을 벗어나 진한 초록색 타일을 밟는다. 조금 전까지 속으로 되뇌었던 규칙은 소녀의 머릿속에서 깡그리 사라졌다.


“사카이 씨도, 시모쓰마 씨도 믿을 만한 수사관이었다. 하지만, 경찰관도 사람이야. 지레짐작으로 앞서가기도 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조바심을 내기도 하지. 그런 작은 균열이 실수로 이어지는 경우도― 안타깝지만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할아버지는 이마를 닦으며, “물론 수사관은 모두 진범을 잡아들이는 데 온힘을 쏟고 있어. 처음부터 누명을 씌우려는 녀석이 어디 있겠니. 하지만 ― 하지만, 어쩌다 우연히 수사의 방향성이 틀어지고 마는 경우가 있지. 대개는 도중에 정신을 차리고 바로잡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의 확률로 끝까지 밀고 나가버리는 사건도 없지는 않아. 경찰은 조직이니까. 조직이란 건 크면 클수록 방향을 틀기가 어렵지. 그 좋은 예시가 바로 아시카가 사건이란다.”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크나큰 실태였어.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오고가는 중대 사건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다니, 나 스스로도 먼 옛날에나 일어났을 법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지. 하지만 그 사건은 관할 밖이었다고는 해도 바로 내가 현역이었을 때 일어난 사건이야. 심지어 MCT118형 검사법을 사용한 감정 때문에 씌워진 누명이었고. 나는…… 나는, 그날을 계기로 매일처럼 악몽을 꾸기 시작했단다. 하지만 가메이도가 병사했다는 걸 알기 전까지 먼저 움직일 생각은 못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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