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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431219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23-09-10
책 소개
목차
1. 하얀 봄
2. 내 이름은 꼴찌
3. 유리구슬
4. 다리를 건너
5. 쪽지
6. 파랑 양철지붕
7. 울밑에 선 봉선화야
8. 빨간 운동화
9. 손님맞이
10. 괜찮아, 정말 괜찮다고
11. 찢어진 날개도 쓸모가 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흐흐흐!”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들은 건 할머니와 석경이가 떠나간 바로 그날 밤이었다. 애들 깨겠어요. 엄마의 조심스러운 말소리가 안방 모기장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은경인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나는 안방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했던 소리는 환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안방은 곧 적요 속으로 가라앉았다.
날씨는 여전히 찐득거렸고 목 언저리엔 땀띠가 성을 부려 따갑기 그지없었다. 은경인 잠을 자면서도 손톱을 세워 목을 벅벅 긁어댔다. 선잠에서 깨어난 내게 똑똑히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는 점점 우리 집 가까이로 밀려왔다. 나는 더 이상의 더위를 참지 못하고 모기장을 걷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내 머리 꼭대기였다. 내가 올려다 본 하늘은 틈새 한 점 없는 먹빛이었다. 시커먼 구름 사이를 빠른 속도로 지나는 빛, 그 빛은 곧 꽈당, 하고 폭음으로 이어졌다. 뚜욱. 굵은 물방울 한 개가 떨어졌다. 나는 별을 헤아리듯 굵고 강한 빗방울을 세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 점점 굵어진 빗방울은 드디어 폭포수가 되어 내 몸을 식혀줬다.
툭 터진 운동장 건너편엔 계백 장군 동상이 늠름한 모습으로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