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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8506535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4-01-22
책 소개
목차
1. 태어나고 싶지 않은 아이
2. 스파이
3. 막장 드라마
4. 고구려
5. 혹
6. 스웩
7. 테러리스트
8. 아웃사이더
9. 원 플러스 원
10. 미친 영감의 방문
11. 카타르시스
12. 혹성 탈출
13. 산소마스크
14. 마독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빠는 이 나이에 쑥스럽지만 부동산 아줌마가 올드 미스라 다시 결혼식을 하는 거라며 내게 청첩장을 보여줬었다. 나는 그 청첩장에 적힌 예식장으로 시간 맞춰 갔는데, 나를 본 친가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보자기로 싸듯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날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온기 너 여긴 왜 왔어?”
“아빠가 오라고 그래서요.”
“철딱서니 없는 놈. 사돈댁들 보기 전에 얼른 가.”
그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정하가 우리 집까지 따라올까봐 안절부절못하던 나와 똑같았다. 두 분이 들키기 싫은 건 바로 ‘혹’이었고 그게 나였다.
“엄마는 고유명사가 아냐.”
“뭐?”
“태양이나 달처럼 이 세상에 하나뿐이어야 하는 이름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무슨 말이야? 그 아줌마한테 엄마라고 부르라는 거야?”
“그거야 네 마음인데 괜히 나한테 미안해하지는 말라는 거지.”
“내가 엄마한테 왜 미안해?”
“널 낳아준 엄마를 배신하는 것 같아서 그 아줌마한테 엄마라고 못 부른다, 그런 거 아냐?”
어이가 없었다.
“그런 거 아니면 그럼 이유가 뭔데?”
“그냥. 그냥 싫다고.”
“거 봐. 네 입으로는 말하지 않아도 네 무의식 속에는 내가 말한 이유들이 있어서 그런 거야.”
“너도 현실이 싫어서 랩으로 도피하는 거야?”
“아니. 현실을 바꾸려고 랩으로 싸우는 거야.”
정하의 말이 멋지게 들렸다.
“신기한 건 뭔지 아냐? 처음엔 그냥 스웩으로 난 당신들처럼 되지 않겠다 뭐 그렇게 쓰는데, 그걸 계속 부르다보면 정말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정하의 그 말이 랩에서 멀어져가던 내 마음을 돌려놓았다. 가짜 허세 같았던 스웩이 나와 점점 일치해가는 황홀감을 언젠가는 나도 느낄 수 있겠지. 우린 밤새 랩을 쓰고, 불렀다.
당신이 때린 뺨은 우리 엄마가 매일 뽀뽀해줬던 뺨.
죽지 않아, 그래도 고마워 당신의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