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958808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11-29
목차
두 번째 작가의 말
1장 스트레인저
- 좋아해서 투명해진
- 여행지에서 나를 두고 오는 법
- 공동묘지의 쓰레기통은 아름답다
- 이드라에서
2장 홈타운
- 경기도 라면 가족
- 당신의 반찬통 냄새
- 내 안의 에바
- 학의천에서 학 난다
- 섬유유연제와 흰 운동화
3장 대면
- 아이 워스 필링 언더 더 웨더
- 숨을 쉴 것
- 콧속 요가
- 허수경 시인에 대한 착각
코로 작품 읽기
4장 코끝의 자각
- 죽음의 실루엣
- 창틈 사이로
- 사람 냄새
5장 망각과 혐오
- 인간의 닳은 지문
- 피톤치드적 사유
- 스무스한 혐오
6장 상흔과 희망
- 냄새의 실종
- 기억의 수식
- 환상의 섬, 제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의 마음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언제나 냄새가 있었다. 아니 냄새가 감지됐다. 그래서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꼭 어떤 냄새가 배어 있다.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간 농장에서 라벤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맡았던 허브 냄새, 해 질 무렵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코끝으로 집합하던 밥상 냄새, 베란다의 푸른 타일을 청소하고 나면 바깥바람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오던 물비린내 냄새, 겨울이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펴지던 석유난로의 냄새….
나는 그를 홀로 좋아해서 냄새를 맡는 자가 아닌 맡아지는 자가 되었다. 상상 속 수많은 코가 시도때도 없이 내 피부 앞에서 씰룩댔다. 나는 내 몸에 코를 묻은 채 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내게서 냄새가 나나? 나를 탈취하고 또 탈취했다. 그때 나는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면 투명해지는 건가 싶었다. 그가 던지는 모든 말은 내 안에 투영되었다. "너는 착하고 조용해." 나르키소스의 무관심에 형체를 잃고 목소리만 남게 된 에코처럼 나라는 존재도 이내 흐릿해지더니 스스로에게도 스스로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게는 그가 볼 나, 그가 맡을나, 그가 평가할 나밖에 없었다. 불현 듯 겁이 난 나머지 또 계약 기간보다 일찍 집을 떠났다.
일상으로 복귀한 뒤 맡게 되는 여행지의 향은 멀리 있다. 거리와 시차의 간격만큼이나 멀리 있다. 멀리 있는 채로 가까이에 있다. 후각의 특출한 기억 능력은 나와 여행지와의 정서적 간격을 좁히지만, 동시에 나와 여행지 간의 물리적 거리를 재확인시킴으로써 유대와 같은 세기의 그리움을 생성한다. 지금의 나는 여기에 있지만, 향이 소환한 나는 아직 저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애달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여행지에서 향을 기억하는 일은 그곳에 나를 단단히 심고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나 그곳의 나를 되찾고 싶은 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