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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75770911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5-12-23
책 소개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할 아픔이 존재한다”
누적 17만 좋아요, 화제의 인스타툰 〈설은일기〉
더 풍성해진 만화와 글을 담은 책으로 만나다
지하철을 타면 ‘교통약자배려석’이 있다. 그곳은 말 그대로 약자로서 배려받아야 할 사람이라면 누구나 앉을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배가 부른 임산부나 깁스를 할 정도로 겉으로 보기에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면, 암묵적으로 젊은 사람이 앉았을 때 따가운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저자 역시 몸이 너무 힘든 날 ‘교통약자배려석’에 앉았다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탓에 한 어르신에게 “요즘 것들은 말이야~!”로 시작해, 부모를 들먹이며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산정 특례’라는 이름의, 국가에서 치료비를 지원할 정도로 공인된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설은일기》를 쓴 작은콩 작가는, 20대 초부터 지금껏 10년 이상 류머티즘성 관절염(이하 류마티스)이란 자가 면역 질환을 앓아온 사람이다. 류마티스는 눈에 띄게 아파 보이는 건 아니지만, 사실 알고 보면 관절 마디마디의 고통이 상당하고 갖가지 면역 질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완치 없이 평생을 잘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한때는 50대 이상 되어야 걸리는 퇴행성 관절염과 헷갈릴 정도였으나, 지금은 갑상선 질환만큼 2030 여성들도 쉽게 걸릴 수 있는 자가 면역 질환 중 하나이고, 루푸스나 다른 자가 면역 질환만큼 희소한 질환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 그간의 투병 생활을 만화와 글로 담아내기도 했지만,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게 된 것들, 이를테면 타인도 자신처럼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말 못 할 아픔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세상을 달리 보게 된 자신만의 시선을 진중하게 그려냈다.
그뿐만 아니라 《설은일기》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남들보다 뒤처진 듯한, 좀 ‘설익은’, ‘서른’ 살의 불안과 고민을 담담하게 만화로 풀어내어 인스타에 〈설은일기〉라는 이름으로 연재, 2030은 물론 그 세대를 자녀로 둔 5060 세대에게까지 큰 공감을 얻었다. 누적 ‘좋아요’ 수 17만 이상을 기록한 이 만화는 그간 팬들에게 사랑받은 콘텐츠는 물론 저자가 새롭게 쓰고 다듬은 만화와 글을 더해 동명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노력했고
그래서 앞으로 쭉쭉 나아갈 것만 같던 미래,
어느 날 내 인생에 날아든 진단서 한 장이
모든 걸 뒤흔들어 놓았다”
사실 저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10대, 20대를 보낸 사람이었다. 부모님께 부담 주지 않으려 하루 5시간 이상 잔 적 없이 열심히 공부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계속하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노력했다. 당장 친구랑 노는 것보다, 누워서 쉬는 것보다 자신을 혹사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마침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는 듯했고, 오직 자기 노력으로 뭔가를 성취했다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이후 다이어트나 학업도 똑같은 방식으로 임했다. 과자가 먹고 싶어도 변기에 잘게 부숴 버리고, 다리가 부러져도 살이 붙는 게 싫어 무리하게 계단을 오르내렸다. 그렇게 애쓰고 계속 노력하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더 나은 미래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노력 중독’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2013년, 한창 가꾸고 뭐든 하고 싶은 게 많던 20대 어느 날,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고 류마티스 진단을 받게 됐다. 그 좋아하던 그림도 그리지 말란 의사의 말이 꼭 사형선고 같았다는 저자. 한동안은 ‘남들보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병에 걸리고 다 포기해야 하는 걸까’ 자책하며 살아야 했다. 예쁜 옷 대신 편한 옷, 세상의 온갖 맛있는 음식 대신 내 몸에 맞는 심심한 식단과 대체식, 멀어져가는 인간관계와 언제 나빠질지 모르는 컨디션 때문에 시작할 수 없었던 사회생활. 점점 더 남들보다 뒤처지는 불안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이 꼭 족쇄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삶을 더는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보기로 결심한다. 더 아프지 않고 싶어서. 죽지 않고 살아야 하니까. 자신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여전히 헌신하는 부모님 때문에라도.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있는 힘껏 사랑하고 격려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따뜻하고 힘 있는 만화 에세이의 등장!”
마음을 바꿔 먹고 보니 몸만큼이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아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처럼 자가 면역 질환을 앓고 있는 부모를 고치고 싶어서 공부했다는 주치의, 기분 장애를 앓으면서 죽고 싶단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등산도 하고 마음을 돌보며 일상을 용감하게 꾸려나가는 한 친구. 먹는 것은 물론 일상을 제대로 돌보지 않다가 자가 면역 질환에 걸리고서야 비건 빵을 만들며 자기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한 베이커리 사장님. 무엇보다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에 〈류마티스 그림일기〉라는 이름으로 처음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올리면서 자신처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용기를 얻었다는 댓글을 보며 저자는 비로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지금부터라도 자기 속도대로 다시금 삶을 꾸려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사람들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 용기를 다시금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특히 병과 어느 정도 동행하며 살 자신이 생긴 지금, 30대에 접어들며 먹고사는 일과 더불어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또 다른 불안과 맞닥뜨리게 되었는데, 저자는 투병에 공감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의 또래인 30대와도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류마티스 그림일기〉에서 콘텐츠의 주제를 확장해 이를 〈설은일기〉라는 이름으로 소개, 만화와 글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으나 희소병을 맞닥뜨리며 잠시 주춤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는 물론, 50대 부모와 함께 사는 30대 자녀의 고민, 커리어에 대한 불안, 결혼과 갖가지 인간관계 등 2030 세대가 공감할 만한 주제를 진솔하게 만화로 풀어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로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
《설은일기》는 인스타툰으로 먼저 콘텐츠를 접한 어느 찐팬의 이야기처럼,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고 있으나 자기조차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성실하게 자기 삶을 꾸려 온 사람들이 이 책을 자신 혹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며, 올 한 해를 함께 돌아보고, 스스로 잘했다고, 앞으로도 잘해 낼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건 어떨까.
목차
여는 글 | 낯설고 설익은, 나의 서른 살 이야기
1부 나는 노력 중독자였다
자격 미달 서른 살
과거로 돌아간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노력 중독자
균열의 시작
어느 날 월경이 멈췄다
제가 류마티스라고요?
나를 미워할 권리
아픈 것보다 배 나오는 게 더 싫어
아파도 놓을 수 없는 것들
집에 가자
2부 치료의 시작
50년대생과 90년대생, 두 세대의 동거
운동 강박에서 벗어나기
가장 쉬워 보이지만 실은 가장 어려운 일, 식이요법
날 다 태워버려야 끝이 날까
어떤 감각이었더라
변화의 시작
80%만 애쓰는 삶
‘몸에 좋은 음식’이란 없다
L 사이즈 옷을 입고서 알게 된 것들
다시 걷자
3부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
아프지만 않으면 걱정이 없을 줄 알았지
불안하다는 건 살고 싶다는 거야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
나 혼자 멈춘 것 같을 때
삶의 의미가 있는 곳
1등이 아니어도 해야 하는 이유
내 인생의 구원자는 오직 나
비교 속 자존감을 지키는 법
불안함과 함께 살아가기
인생은 단맛, 짠맛, 쓴맛… 그리고 ‘싱거운 맛’
딱 10년만 더 살아볼까
나아가기 위한 용서
닫는 글 | 봄을 기다리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공부를 잘하면, 좋은 학교에 합격하면,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사실은 백조였다’는 반전의 주인공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 기대감이 스스로 몰아붙이게 했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어요. 어쩌다 피곤해서 정해진 시간보다 잠을 조금 더 자면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조금만 무리해도 터지는 코피가 귀찮기만 했습니다.
고칼로리 음식을 먹은 날엔 밤늦게까지 유산소 운동을 해야 안심이 됐고, 몸살에 걸려 누워 있어도 ‘배가 나온 것 같다’며 헬스장으로 향했습니다. 발목을 다쳐 수술했을 때조차도 병실을 몰래 빠져나가 비상구 계단을 오르내렸습니다. 당연히 회복은 늦어졌고, 결국 저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살았습니다. 힘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게 진정으로 ‘건강한’ 자기관리라고 믿었으니까요.
어쩌다 시작된 염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발단은 아주 사소했습니다. 그날따라 몸이 괜찮아서 컴퓨터 타자를 조금 오래 쳤고, 기분이 좋아 양배추 찜을 해두고 집안일을 조금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했다고 다음 날 바로 손이 붓고 아픈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아니면 며칠 전, 못 참고 먹었던 떡볶이 때문이었을까요. 이유가 뭐든, 한 번 염증이 시작되면 몇 달은 꼬박 아파야 했습니다. 평소 자주 쓰는 부위가 주로 아프다 보니, 통증이 손끝 하나에만 있어도 아무 일도 못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멍하니 앉아 관절 찜질을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식이요법도, 운동도, 충분한 휴식도 다 해봤는데, 포기할 수 있는 건 이미 다 내려놓은 것 같은데, 붉게 부어오른 손가락은 여전히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