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일반문학론
· ISBN : 9791199037809
· 쪽수 : 194쪽
· 출판일 : 2024-11-30
목차
독서일기
3. 좋은 동시가 시다 - 윤제림 동시집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 문학과창작 2018년 겨울호
7.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 정병근 시집 『눈과 도끼』, 문학과창작 2020년 여름호
14. 내세에서 걸려온 새벽 전화 - 박제천의 시
22. 울어 본 적 없는 울음이 고인 자리 - 이범근 첫 시집 『반을 지운다』
28. 사진 인류, 자유를 얻다 -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32. 강의 소리를 들어라 - 세계의 강을 위한 앤솔로지, 『OIR ESE RIO』
36. 시인은 그런 사람, 최후이며 시초 - 신동옥 평론집, 『기억해 봐, 마지막으로 시인이었던 것이 언제였는지』
40.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평전, 『좋은 언어로』
44. 반 세기 현대 文壇을 지킨 '전봉건의 혼' - 『현대시학』창간 50주년
50. 大巧若拙, 眞光不煇- 홍신선 시집, 『직박구리의 봄노래』
53. 모천회로母川回路- 아나톨리 김, 피, 남북철도
56. AI 시대의 서라벌 노래 - 현대향가 제1집, 『노래 중의 노래』
61. 권위와 위계에의 도전 - 이경민 엮음, 『로베르토 볼라뇨』
66. 시인은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배수연 시집, 『조이와의 키스』
72. 외상술을 마시다 진주난봉가를 부르고 - 성선경 시집,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 갈 때』
76. 영웅이라는 인과율 - 박정원, 『신이 된 인간들』
80. 현재와 현실을 바라보는 자 - 김광규 시집, 『안개의 나라』
84. 위대한 도시의 연대기, 과거의 순간들에 바치는 송가 - 오르한 파묵, 『내 마음의 낯섦A Strangeness in My Mind』
91. 주인이 죽으면 먼저 간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 - 스노우캣, 『옹동스』
96. 인생의 석양을 사는 사람들의 시선 - 최일남 소설집, 『국화 밑에서』
100. 나는 글을 쓰는 유령이다 - 에스테반 무어와의 대화
105. 여름에 읽는 겨울 이야기 - 에리히 캐스트너, 『하늘을 나는 교실』
108. 젊은 마르크스의 시
111. 아직도 비는 내린다 - 이디스 시트웰
114. 리얼리티 해체의 세계 다룬 트랜스리얼리즘의 창시자 - 세르히오 바디야 카스티요와의 대화
119. 괴테, 제물이자 제물을 바치는 사람 - 토마스 만,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125. 와가하이와 네코데아루 - 나쓰메 소세키, 『이 몸은 고양이야』
131. 언어로 만든 황홀한 모자이크 - 오스카 와일드, 『오스카리아나』
136. 김수영에 대한 여러 이야기 - 이시영, 『시 읽기의 즐거움』
140. 독재에 가린 파라과이 역사 바로 보기 - 후안 마누엘 마르코스, 『군터의 겨울』
144. 갑각류의 고백 - 김승일 시집, 『프로메테우스』
150. 조선 어부 안용복 이야기 - 김문수 소설집, 『비일본계 非日本界』
문학일기
157. 시업詩業 입문기
172. 저기 동대 대장이 간다
177. 나의 시는 다큐멘터리다 - 한국시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190. 감투상 - 한국시문학상 수상소감
저자소개
책속에서
좋은 동시가 시다
윤제림 동시집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 문학과창작 2018년 겨울호
소설가 이용범이 시인 윤제림이 쓴 동시를 읽고 지난 9월 21일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렸다. 윤제림은 하루 전 이용범에게 막 출간한 『거북이는 오늘도 지각이다』를 선물한 모양이다. 이용범은 여러 사람과 술잔을 나누며 동시집에 실린 작품을 읽고 배꼽을 잡았다고 한다. 이용범과 주위 사람들이 배꼽을 잡게 만든 작품은 「삼촌도 사람이 아니다」이다.
엄마한테 꾸중을 들었다
"사람 좀 되어라"
나는 아직 사람이 아닌가?
그래서 할머니는 나를
강아지라 부르는 걸까
나는 그렇다고 치자
삼촌은 뭔가?
오늘도 끌끌 혀를 차시며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
"저거 언제 사람 되려나"
이용범은 "동시가 꼭 선배의 평소 말투를 닮았다"고 했다. 윤제림은 목소리가 크지 않고 말을 느리게 한다. 그러나 말 속에 굵은 동아줄 같은 심지가 있어 거기에 이끌리는 뜻이 웅혼하다. 그가 하는 말은 대부분 진심을 담았기에 지나쳐 들어서는 안 된다. 시를 읽고 웃음 다음에야 느낄 일이지만 사람이 품은 무게가 버겁고 사람됨이 세상 빛 바라보는 자의 과업임을 알겠다.
윤제림은 우리 시대를 갈음하는 큰 시인이다. 그러므로 그의 요령을 본받아 글을 쓰려는 후학도 없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윤제림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글을 쓰기가 쉽지는 않다. 읽는 사람이 숨을 쉬듯 불편함을 모르게 적어나간 그의 문장은 조탁의 결과다. 깊숙한 고민과 성찰이 여러 세월 내려앉은 송엽의 더께, 그 품안에서 자생한 결과이기도 하다.
윤제림은 뛰어난 산문가이기도 하다. 2015년에 낸 『고물과 보물』은 좋은 본보기이다. 필자는 이 책의 서평을 쓸 때 그와 몇 마디 섞었다. 시인의 산문 쓰기에 대해 묻자, 그는 청나라 시인 오교(吳喬)를 인용했다. "산문은 밥이요, 시는 술이다." 지난 10월 22일에는 시인이 동시 쓰는 일을 물었는데, 설명을 길게 들었다.
"나에게는 시와 동시의 경계가 없다. 이건 어린아이라도 알아듣겠다 싶으면 동시로 쓴다. 이건 아이들이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으면 시로 쓴다. 좋은 동시는 시다. 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를 생각해 보라. 어려운 곳이 있는가. 사실 진리에 가까운 깨달음은 얼마나 유치하며 당연하고도 단순한가."
시인에게 독자가 꼭 읽었으면 하는 작품이 무어냐고 물었다. 윤제림은 얼른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동시집 제목을 「봉구 할아버지 커다란 손」(36~37쪽)이나 「누가 더 섭섭했을까」(76쪽)로 정하고 싶었다."고 했다. 필자는 독자에게 어느 작품을 읽어줄까 고민하다가 「누가 더 섭섭했을까」를 골랐다.
한 골짜기에 피어 있는 양지꽃과 노랑제비꽃이
한 소년을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소년이 양지꽃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내가 좋아하는
노랑제비꽃!"
양지꽃은 온종일 섭섭했습니다.
노랑제비꽃도 온종일 섭섭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