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576
· 쪽수 : 143쪽
· 출판일 : 2019-11-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브레슬라우 여행 - 11
슈바르츠발트 - 12
성층권의 황혼 - 14
보덴제 1 - 16
보덴제 2 - 18
Foreign Correspondent - 21
오로라 - 22
옆구리에 대한 궁금증 - 24
키르기스스탄에서 자전거 타기 - 26
어머니의 죽음 - 28
KLM으로 귀국하다 - 29
착륙 - 30
집으로 가는 길에 소설책 읽기 - 32
월식 - 34
제2부
무성영화 - 37
아침마다 - 38
주일 목욕 - 39
연안 부두에서 - 40
중년 1 - 41
중년 2 - 42
집 안의 집 - 43
영안실 - 44
정전 1 - 45
정전 2 - 46
부고 - 47
스승의 날 - 48
중년의 귀가 - 50
셧다운 - 52
사이보그 - 53
제3부
정오의 달 - 57
좌대 요금 삼만 원 - 58
인왕시장 - 59
루시 - 60
전단지 속 고개 숙인 돼지 - 62
멈춘 시간 위에서 새가 울다 - 64
죄 - 66
고열 - 67
레테 - 68
신경통 - 69
은하수 - 70
제4부
대파.김포 시편 21 - 73
자전거 타는 법.김포 시편 22 - 74
삼성역에서 돌아오다.김포 시편 23 ? 75
들에서 잠을 깨어.김포 시편 24 - 76
공항.김포 시편 25 - 77
문수산 오르기.김포 시편 26 - 79
이제 막 내리는 어둠.김포 시편 27 - 80
가을 논에 나가서.김포 시편 28 - 82
송년.김포 시편 29 - 83
밥.김포 시편 30 - 84
경로당 가는 길.김포 시편 31 - 86
나의 비겁.김포 시편 32 - 87
제5부
극지(極地) - 91
백 년 동안의 고독 - 92
수화 - 96
시카고 블루스 - 98
커다란 방 이야기 - 100
추행 - 102
문밖의 일기예보 - 103
산정의 호수 - 104
류블라니아행(行) - 106
멍투성이 - 108
머리말 - 110
체온을 재다 - 111
해설 이찬 노스탤지어, 탈향과 귀향의 변주곡 - 113
저자소개
책속에서
성층권의 황혼
인천에서 이륙해서 석양을 맞으면
태양계의 행성들이 반대편 창에 줄을 선다.
한 겁에 딱 한 번 일렬로 서서
모세의 바닷길처럼 바짝 마른 길을 낸다.
명왕성까지 간다.
오후 일곱 시발 에어버스,
흑인 승무원이 적포도주를 따라 주는 복도 끝
캄캄한 저곳에서 선명한 그림자 속에서
내려갈 수 없다, 돌아갈 수 없다고 누군가 고함을 친다.
아버지다, 어머니다,
명왕성이다.
가장 먼 그곳에 가 보지는 못했어도
본 사람은 있다.
새벽별 눈에 담은 싯다르타나
저 아래 중앙아시아의 산맥 위를 나는 독수리
얼음과 붉은 대지와 콸콸 흐르는 강산(强酸)의 하천을 노래한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그곳에 살아
나 모르게 죄를 지었다면 인연의 새 사슬을 끌며
아들과 딸과 미처 보지 못한 기억마저 기다리리라.
젊은 부모, 거듭 신혼이 되어
다시 나를 낳을 것이다.
“이봐요, 거긴 사람이 살지 못해.”
바보.
석양 반대편에서 바라보면 저 시퍼런 지구도
숨 붙일 곳
사람이 살 별이 아닌 걸.
죄다 죽어 나가잖아! ***
옆구리에 대한 궁금증
마야 부인의 잠은 아주 얕았으리.
여섯 개 상아를 문 흰 코끼리
오른쪽 옆구리에 드는 것을 보셨네.
룸비니 사라수 그늘 아래
가지를 잡아 고타마를 낳았으니
코끼리가 든 바로 그 자리
오른쪽 옆구리였다니.
그곳이 어디인가,
하느님 아담을 지은 후
배필을 마련하느라 슬쩍
갈빗대 한 자루 떼어 내신 곳
카우카소스에 묶인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간을 찢기느라 헐린 곳
거룩한 아드님 십자가 높은 곳에서
창에 찔리어 물과 피를 흘린 자리일세.
토마스는 그 구멍에
손을 넣어 보고야 믿었노라 했으나
애석하여라,
본디 제 옆구리에 새겨진
찰나의 터널을 나중에야 지났을 뿐.
방콕의 황금 부처는 오른쪽으로 누워
이제 막 긴 잠에 드시려는데
비로소 인연이 지상에 흘러
대지를 연 향기로 적시려는가. ***
류블라니아행(行)
내 안에
네가 가득 차
넘치기 직전이다.
나는 외출하고 없다,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네가 책상다리하고 앉아
없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라면을 끓여 먹고 밥 말아 먹고
물도 한 컵 들이킨다.
내 안을 온통 차지하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네가
싫지 않다.
내 안에 없는 내가
오로지 너를 생각하며
네가 없는 어디에선가
뚫어지게 바라보며
라면을 끓여 먹고 밥 말아 먹고
물도 한 컵 들이킨다.
나는 나의 주민등록지,
내가 없는 내 안의 네가
나일 리 없지만
네가 모로 누워
TV를 보고 졸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사이
나는 나고 너도 너고
너와 내가 뒤섞여
퉁퉁 불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