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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9119921630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5-04-01
책 소개
목차
01 강운구 - 그 동짓날 새벽의 얼굴
02 고현주 - 기억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최소의 시학
03 구본창 – 최소의 시학
04 권태균 - 사진가도 그 사진 속에 찍힌다
05 김동우 - 김 알렉산드라의 ‘열세 걸음’
06 김동진 - 사진과 시가 조응하여
07 김선기 - 바느질의 기억만은 남아
08 김심훈 - 정자보다 더 멋스러운
09 김일목 - 아버지의 ‘살갗’으로부터
10 김주희 - 공소(公所)와 공소(空所)
11 김지연 - 강과 사람의 서사가 함께 흐르는 ‘영산강’
12 김효열 - 놀이공원이 좋았다
13 김흥구 - 숨비소리처럼 긴 호흡으로
14 김희진 - 어느 아버지의 초상
15 노순택 - ‘어부바’라는 물음
16 문선희 - ‘저절로’의 힘
17 민연식 - 사진으로 그린 수묵화
18 박노철 - 사진의 선한 영향력
19 박외득 - 지어졌으나 지워진
20 박종우 – 안개가 감추고 있는 것들
21 박찬원 - 늙은 흰 말이 전하는 말
22 박찬호 - ‘돌아갈 귀’라는 사진의 제목
23 박하선 - 사진으로 쓴 열하일기
24 서동엽 – 폐허와 사물의 이상한 좌표
25 성남훈 - 설산에 핀 붉은 꽃
26 신병문 -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애틋하게
27 신웅재 - 반도체 뒤에 숨겨진 풍경들 신웅재
28 신진호 - 빛으로, 삶 속의 빛을 찾아
29 신희수 - 어른들은 볼 수 없는 ‘네버랜드’의 아이들
30 안홍범 - 송광사가 품고 있는 승경(勝景)
31 양승우 - ‘맞을 각오’가 낳은 사진
32 유별남 - ‘빗개’의 시선으로 4.3을 환원하다
33 유석 - 심경이 포착한 기호
34 유지원 - 가슴 속 빈터에 세운 집
35 윤길중 - 사진으로 축조한 ‘큰법당’의 초상
36 이갑철 - 현실 한 올과 비현실 한 올
37 이강훈 - 눈에 밟히고, 서로 기대고, 곁을 내주고
38 이동춘 - 불 밝혀 이어갈 일이 있다는 듯이
39 이서현 - 사이의 균열을 잇는 누빔점
40 이세현 -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돌팔매
41 이언옥 - 사진으로 슬픔과 화해하기
42 이충열 - 창밖의 나무 한 그루
43 이한구 - 고단한 가운데 꿋꿋한
44 인주리 - 집안으로 나비가 들어오면
45 임안나 - 파랑의 사연
46 임종진 - 이제야 만나는 ‘오늘’의 사진
47 장일암 - 희미한 채로 또렷한
48 장재연 - 푸른 바닷속 붉은 목록
49 정정호 - 소리 내어 말하는, 흰 고요
50 정해창 - 그 걸음, 더 멀리 널리
51 조병준 - 들리나요, 어린 누이의 귓속말
52 지선희 - 강물의 말을 받아적었다
53 최광호 - 30년 세월을 탈 없이 건너
54 최금화 - 깊게 팬 상처를 보듬고
55 최수연 - 사람의 삶을 기억하는 사물
56 최형락 - 전쟁도 그들의 춤을 앗지 못했다
57 한금선 - 아름답게, 그러나 ‘발언’하는
58 한상재 – 엄마의 꽃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59 한설희 – 더 절박한 다큐멘터리
60 해정 -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61 황규태 - ‘리알 포토’로부터 온 춤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동짓날 새벽의 얼굴
강운구 <경주남산 _ 불골 석굴 여래좌상>. 1984
바위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불상을 새겨 감실부처다. 상시 불상의 얼굴이 그늘 아래 묻혀있기 마련인데, 일 년에 오직 동지 무렵 해 뜨는 순간에만 빛을 받는다. 한없이 순후한 표정을 드러낸다. 경주남산 골짜기 아래 있으며, ‘불골 석굴 여래좌상’이 정식 이름이다. 7세기경에 조성된 우리나라 석굴 사원의 시원(始元)이라 하니, 1400여 년 동안 오직 1400여 번 저리 환히 빛났으리라. 사진가 강운구가 1984년 동짓날인 12월 22일 새벽, 그 순간을 사진으로 붙잡았다. 문학평론가 김현이 ‘부처 얼굴이라기보다 숱한 역경 속에서 끈기 있게 버티어 온 할머니의 얼굴’이라고 한 그 얼굴이다.
강운구는 1980년대 초부터 여러 해 동안 골 깊고 능선 가파른 경주남산 곳곳을 발로 길을 내며 찾아다녔다. 감실부처 외에도 아침 해에 얼굴을 드러내는 동남산의 불상들을 찍기 위해서는 밤을 낮 삼고, 저녁 해에 환해지는 서남산의 불상들을 찍기 위해서는 산에서 밤들기를 기다렸다. 사진 속 꽃 피고 눈 쌓인 자연과의 조화까지 살피면, 사진가의 행보를 가늠하기 어렵다.
‘숨비소리’처럼 긴 호흡으로
김흥구 <좀녜 _ 제주도 온평리, 2003>
해산물을 건져 올리는 온평리의 어망 해녀를 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듯이, 밭으로 집으로 마을로 해녀들을 따라 들어갔다. 물질을 마치고 돌아와 혼자 늦은 끼니를 챙기는 모슬포의 어망 해녀 옆에, 수압을 견디느라 얻은 귓병 때문에 약봉지를 털어 넣는 비양동의 할망 해녀 곁에, 비 오는 날에도 바다로 나가는 서천진동의 어망 해녀들 무리 끝에 어린 김흥구가 있었다.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애틋하게
신병문 <하늘에서 본 우리 땅의 새로운 발견, 갯벌> _ 고창 2012
그는 내려다보았을 것이다. 뽈뽈뽈 고둥이 지나간 흔적처럼, 사람이 갯벌에 앉은걸음으로 길을 내는 이 노동의 순간을. 밀물에 지워졌다 썰물에 다시 그려지기를 반복하는 무상한 무늬를. 갯벌을 부감으로 직접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가의 눈에 저 뻘 위의 삶은, 저 삶을 품은 이 땅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애틋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