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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9560604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6-01-0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진입 …7
1. 접촉 …17
2. 이상한 나라의 표류자 …45
3. 낯선 존재들 …82
4. 표류자들 …108
5. 영계의 기록을 보는 법 …135
6. 꼬리잡기 …176
7. 도피처를 찾아서 …213
8. 고해(告解) …242
9. 존재의 기원 …270
10. 뒤로 흘러가는 것들 …307
11. 무덤인가 요람인가 …337
12. 기원 …361
13. 기원 뒤에 남는 것 …385
에필로그. 귀환 …409
작가의 말 …421
기획의 말 …422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승객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곁들여진 손짓 덕분에 그럭저럭 뜻은 통했다.
곧이어 '도와줄 사람'이 도착했다. 세영은 그를 보자마자 아까 창밖을 스쳐 지나간 새카만 무언가가 그의 옷자락이었음을 알았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여기서 본 이들 중 누구보다도 인간처럼 생겼고, 또 다른 의미로 비현실적이었다. 세영은 우선 그의 외모에 놀라고, 그다음으론 옆자리 승객을 창문에 처박을 기세로 냅다 밀어 버리는 과격한 행동에 놀랐다. 잘생기고 무덤덤한 얼굴로 울먹이는 사람을 다짜고짜 창문에 처박는 꼴이 꼭 사이코패스 같았다. 세영은 갑자기 떠밀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는 옆자리 승객의 얼굴을 지척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아, 나 사람 안 먹는다고, 안 무섭다고……. 근데 너 어떻게 우릴 보는 거야? 네 수호령은 어딨어? 왜 안 나와? 설마 진짜 없나?"
커다란 뱀이 고개를 연신 기웃기웃했다. 세영을 돌아본 곰 인형이 놀란 듯 두 팔을 쳐들었다.
"뭐지? 얘, 너 진짜 수호령이 없는 거였어? 어떻게 된 거니?"
자신이 어떻게 저들을 볼 수 있는지, 그런 걸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수호령이라니. 이건 뭘 말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세영은 모른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 하긴 그렇구나. 인간이 수호령에 대해 알 리가 없지."
"엥, 그럼 뭐지? 얘 그냥 둬도 돼? 지부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저기……."
"멀쩡한 아이가 눈도 이상하고 수호령도 없이 다니는데 당연히 신고해야지. 내가 할게. 어, 이제 지하철 온다."
"잠깐만요."
눈도 이상하고 수호령……이 뭔진 모르지만, 암튼 꼭 있어야 하는 게 없다는 투인데 그게 없는 사람이 멀쩡한가? 아무래도 저를 욕하는 내용인데 막상 들어 보면 정말로 걱정하는 듯한 말투였다. 그러면서 세영의 말은 안 듣고 자기들 할 말만 한다. 목소리를 조금 크게 키워 봐도 옆에 앉은 여자들의 경계하는 시선만 받을 뿐이었다.
「제정신입니까?」
그리고 한없이 멀게 보이던 동아줄이 손끝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내려왔다.
뒤통수 쪽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텔레파시처럼 귀가 아니라 머릿속에 직접 전해지는 목소리였다.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겹게 같은 말만 반복하던 음성.
음색은 좋지만 고저가 거의 없어 덤덤하기 짝이 없던 그 목소리가 지금은 어이없다는 기색을 담은 채 물결치고 있었다. 세영은 아주 조금 통쾌해졌다. 뒤돌아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검푸른 어둠과 회색의 용오름 기둥만 보이던 시야 가장자리에 커다랗고 하얀 무언가가 불쑥 파고들어 왔다. 은은하게 빛나는 듯한 무언가. 그러나 그것은 세영이 무엇인지 추측해 볼 겨를도 없이 사라졌고, 그 대신 단단한 팔이 세영의 허리를 감싸안고 끌어당겼다. 거의 동시에 머리부터 떨어지던 자세가 바뀌며 시야가 빙글 돌았다.
"으악."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휙휙 바뀌는 시야에 저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자세가 안정되자 시야도 흔들림을 멈추었다. 세영은 자신을 안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인간은 여기서 떨어지면 죽습니다."
쌩쌩 요란한 바람 소리 속에서도 단호한 음성이 선명하게 귀에 파고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