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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K962839301
· 쪽수 : 256쪽
목차
나의 레즈비언 여자 친구에게
[알라딘 사은품] 나의 레즈비언 여자친구에게 핸드타월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의 애인, 혜원은 오늘부로 야쿠르트 아줌마가 되었다.”_이유리, 〈보험과 야쿠르트〉
보험 아줌마인 ‘나’와 야쿠르트 아줌마인 ‘혜원’은 여름에는 한강 풀장에 가고, 가을에는 도시락을 싸서 관악산에 오르고, 겨울에는 목도리를 두르고 골목을 걷고, 봄에는 냉이된장국을 끓여 먹으며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중년 레즈비언 커플이다. 리얼리티 시트콤처럼 슬프고도 웃긴 이들의 사랑은 끝까지 무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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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야쿠르트 아줌마와 보험 아줌마 커플.
둘 다 마흔이 넘은 이 마당에 아줌마라는 단어에 발끈하고 싶지는 않으나, 우선 직함 앞에 우리가 파는 물건의 이름이 아무렇지도 않게 들러붙은 이 모양새가 멋지지 않다. 대개 이런 일을 당하는 직종은 정해져 있다. 종사하는 이는 많지만 그중 대부분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닌 직업,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으로는 절대 언급되지 않는 그런 직업. 예를 들어 의사는 절대 ‘병원 아줌마’로, 우주 비행사는 절대 ‘우주 아줌마’로 불리지 않는다.
“가끔 기영은 자신에게 미나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_아밀,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미나’는 ‘기영’에게 유일한 레즈비언 친구이자, 유일한 뱀파이어 친구다. 헤테로인 ‘기영’은 가끔 자신에게 ‘미나’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둘은 20년 동안이나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미나’의 집에 놀러온 ‘기영’에게 ‘미나’는 런던으로 이주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한다. 둘의 우정(?)은 지켜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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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정말 친구야?”
미나가 낮게 속삭였다. 기영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니면 내가 왜 여기 내 발로 오겠냐?”
미나가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그래? 정말로? 네가 자꾸 여기 오는 이유가 그걸까?”
“무슨…….”
“너는 이상한 데서 둔감해. 그리고 지독하게 이기적이지.”
미나의 입에서 나온 날 선 비난에 기영은 흠칫했다. 미나가 기영의 턱을 젖히더니 목덜미에 입을 가져갔다. 다른 쪽 팔은 기영의 허리를 감았다. 그다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길인데도 기영은 꼼짝할 수 없었다.
“잘 생각해봐. 너야말로 나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너의 섭이 될게, 너는 내 돔이 되어줘.”_송경아, 〈다가가지 못하는〉
‘나’는 두 엄마와 함께 참석한 퀴어 퍼레이드에서 삼태극과 비슷한 강렬한 빨간색 깃발을 본다. 곧 그것이 BDSM 깃발이라는 것과, 깃발을 든 소녀가 같은 반의 15번 임정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나’는 ‘임정인’과 같이 과외 수업을 받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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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는 쉬는 시간에 나한테 와서 그러더라. BDSM은 아무나 할 수 있으니까 성 정체성이 아니래. 난 ‘아무나’에 대해서는 몰라. 나에 대해서만 알아. 그리고 나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그냥 여자를 사랑할 수는 없어. 내 사람이 무릎을 꿇고, 내 앞에 항복하고, 내게 힘을 넘겨주고 내가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 이상의 강한 자극을 내게서 바랐으면 좋겠어. 난 내게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람을 찾을 테야. 너희들 눈에 아무리 내가 이상해 보여도, 이건 양보할 수 없는 거야. 이게 성 정체성이 아니라면 난 성 정체성이 뭔지 몰라.”
바로 그 순간, 나는 목마르게 정인이의 ‘단 하나의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