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천하를 다투다
홍정표 | 백산서당
29,700원 | 20250730 | 9788973278640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하던 2023년 말, 미국과 중국 사이 대립이 우선적으로 표면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연구를 계속하며 집필을 하는 동안 국제정세는 워싱턴과 베이징의 양자관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분쟁이 글로벌로 확대되는 징조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2024년 1월의 타이완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소강상태를 보여오는 듯하던 타이완 해협의 관계, 잠잠해 보이던 우크라이나의 전쟁, 하마스를 포함하여 이스라엘과 이란의 중동문제, 나아가 같은 해 3월에 있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5선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바로 이어 같은 달 하순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ISIS로 추정되는 테러범에 의해 140여 명을 상회하는 민간인이 대량으로 학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언제라도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충돌, 3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라마단(Ramadan) 동안 가자지역 정전결의안이 미국의 기권에도 불구하고 14국의 찬성에 의한 통과, 같은 해 11월 미국의 대통령선거 등 세계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현 세계질서의 세력균형에서 이합집산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의 전야와 유사하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한미동맹관계에서 한국의 대중국 정책전략은 ① 예방전(preventive war), ② 단절(distancing), ③ 속박(binding), ④ 균형/ 봉쇄(balancing/ containment), ⑤ 개입/ 교류(engagement), ⑥ 양다리 걸치기(hedging), ⑦ 편승(bandwagoning)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은 중국의 굴기에 대해 예방전을 펼칠 필요가 없으나, 다른 나라가 중국의 부상에 예방전을 벌이는 데 연루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한중관계에서 단절은 생각할 수가 없고, 셋째, 한국은 중국과 양자동맹이나 집단안보가 없음으로 속박이나 중국에 편승할 가능성은 없다. 여기에서 중국의 대외전략을 고려할 때, 중국에의 속박이 우려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균형/봉쇄”와 “교류/개입”의 두 대안에서 한국은 경제와 통상 방면에 적극적으로 교류를 하고 군사면에서 미미하며, 한국이 군사면에서 미국과 일본에 편향되어 중국봉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미동맹의 군사 및 안보영역이 다른 영역을 장악하게 되고, 그 결과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으로 인하여 한중관계의 악화 또는 단절이 초래될 수도 있다. 여섯 번째, 양다리 걸치기는 이슈 영역과는 관계없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양 측에 지속적인 우호를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한국의 이익을 더 많이 보장하는 쪽에 선택지지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조건이 있다. 먼저, 중국이 미국을 중심축으로 하는 현상유지를 선호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정부가 지금보다도 더 탁월한 외교력과 협상력을 발휘하여 미중 양국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2049년, 중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 즈음에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을 압도할 때, 한국은 중국에 편승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것도 지금부터 준비가 된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균형/봉쇄”와 “교류/개입” 그리고 “양다리 걸치기” 정책이다.
한국은 자신의 외교원칙과 기준을 설정하고 이행하며, 미중관계 대응팀과 중국 전문가를 보강하고, 강대국의 제로섬 게임에 빠지지 않는 유연하고 결단성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외교력이 자립하도록 끊임없이 국력을 키워야 한다. 타이완에 군사분쟁이 일어나 미군이 개입할 경우, 우리는 한미동맹을 자각하고 북한을 포함한 북방으로부터의 위기를 고려하여 종합 대응방안을 결단력있게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미국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의미가 없다는 관점과, 앞으로 미국의 패권이 어떤 성격을 가질 것인가라는 시각도 연구해 보아야 한다. 전 지구적 전환 과정에서 한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전환적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전환이란 열린 생각과 가슴 그리고 단호하고 유연한 의지를 갖고 미래의 틈새를 여는 것을 지칭한다. 그리고, 북한의 변화가능성과 이것이 발생할 때, 이에 대한 준비와 주변국들의 북한관계의 다양성을 사전에 고려하고 대처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중 관세전쟁은 양국 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문제들과 상호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현재의 국제체제는 2차 대전 후 초기 냉전시기와 매우 유사하다. 현재의 세계는 한-미-일-나토와 북-중-러-이란을 양 축으로 하고 중동-기타 지역을 한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반도에서는 1950년에 남과 북의 배후에 각각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남북의 배후에 소련 대신 중국과 미국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몽을 위해 일대일로(BRI)의 깃발을 들고 글로벌로 나가는 중국과, 이에 다시 위대한 미국을 세우기 위한 깃발(MAGA II)을 메고 중국을 포위공격하고 있는 미국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조기 종전을 모색하고 이데올로기를 넘어 러시아에 대하여 유화정책을 전개해왔다.
트럼프의 새로운 미국패권이 유라시아, 중동, 유럽, 아시아(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 여타 지역으로 새롭게 확대되면서 무력 충돌 발생 등 새로운 시험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5월과 6월, 우크라이나 전쟁해결을 위한 트럼프 중재외교, 트럼프의 중동 3국순방, 그리고 이란 핵시설의 파괴를 통하여 트럼프 외교의 성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연이어 유럽의 NATO 회원국들로 하여금 그들 국가의 GDP의 5%를 방위비로 쓰도록 하는데 합의를 보았다. 이어, 우크라이나전쟁 휴전협정에 관하여 러시아의 푸틴과 통화 후, 우크라이나에 다시 군사지원을 할 것을 천명하였다. 다음 단계로 남중국해와 타이완과 북한을 포함한 중국이 대상이 될 것이며, 현재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타이완과 필리핀 및 호주와 인도양에 걸쳐 전략재산이 미국과 유럽에서 합류하고 있다. 미국의 위대한 지도자는 대체로 50년 말을 주기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행정부2.0의 새로운 미국의 부상(MAGA II)이 예상되는 미국의 고립주의의 한 특징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이고 해외 주둔군의 비용을 줄이는 새로운 동맹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도날드 트럼프는 역사적인 유추나 교훈을 인지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푸틴이 변곡점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당하거나, 아니면 NATO에 대한 최후의 공습과 그가 꿈꾸어온 짜르를 위해 힘을 축적하는 것을 늦추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트럼프는 푸틴에게 단지 50일의 기간을 더 주고 있다.
2025년 6월 3일,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여당인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누르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우리는 역사의 전환점에 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가져오는 긍정적 파이를 최대로 하며, 중국에서 오는 강한 흡입력을 설득력있게 관리하면서 부정적인 요인을 최소화할 때이다. 지혜롭고 크게 보고 결단력이 있으면, 국가의 지속적 번영을 위해 행동으로 옮기는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한 때이다. 국제체제라는 글로벌 틀에서 국가는 하나의 행위주체(actor)로서 국제질서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