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이야기 (이슈와 역사로 탐구하는)
하상도 | 인문과교양
18,000원 | 20240927 | 9791193225097
식품의 가공(加工)은 식량이 늘 부족했던 과거, 수확되고 채집된 원재료를 오랫동안 저장하고, 사시사철 과일과 채소,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 줬던 신이 내린 고마운 과학의 발견이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쳐 인류가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해진 시기에는 단순히 영양을 공급하던 식품의 1차적 기능을 넘어 더 맛있게, 더 안전하게, 더 건강하게 먹고자 하는 욕구 충족을 위해 진화됐다.
식품의 산업화는 세계 제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기록적인 발전을 이뤘다. 전쟁 중에 장기저장이 가능하고 조리 없이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군(軍) 급식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쟁식량은 일반적으로 휴대와 섭취가 간편하고 저장성과 영양가도 높아야 하며 먹은 뒤 쉽게 버릴 수 있도록 포장돼 인스턴트 식품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어져 왔다.
가공식품은 인간의 탐욕과 갈망으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먹어서는 안 될 아주 나쁜 음식으로 치부됐었다. 식량이 넘쳐나다 보니 복에 겨워 ‘가공식품’을 눈엣가시로 여긴다. 인류가 가공식품 덕분에 지금까지 겨우 살아남았으면서도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코로나19 사태 덕분에 식품산업은 가공식품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그간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장기보존 식품, 레토르트 식품, 통조림 등 멸균식품, 냉동식품, 건조식품 등 가공식품이 비축식량으로 활용되면서 그 선호도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합금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서 먹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팽창했고 온라인 활성화로 세계 시장이 급격히 가까워져 수출이 급증했다. 즉석조리 식품, 신선편의 식품에 이어 ‘간편조리세트’라는 유형도 신설될 정도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3D 프린팅을 활용한 식품이나 다양한 소재들이 육류를 대체하는 대체단백질식품 등 신식품의 빅 마켓도 열렸다. 특히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환경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가축으로부터 얻어 왔던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이 하이라이트되고 있다.
미래 가공식품 산업은 ‘편의성, 안전성, 기능성’으로 재편될 것이며, 외식과 간편식, 기능성 식품, 다양한 포장재의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아웃도어 식품의 개발과 노약자, 환자, 운동선수 등을 위한 특수용도식품의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향후 슈퍼푸드, 유기농, 알레르기, 식품첨가물, 유전자재조합작물(GMO), 영양성분 표시, 방사능오염 식품, 벤조피렌, 환경호르몬, 방사선조사, 나노식품, 동물복제, 외식산업, 푸드트럭,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스마트패키징,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이 계속 이슈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공식품은 어차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고 앞으로도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천연식품만으로는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주요 가공식품 원재료의 역사와 기원, 장단점을 소개하고 각 식재료별로 안전 이슈의 중심에 섰던 원인을 분석,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책의 발간을 계기로 식품과학을 공부하는 전문가들과 식품산업 관련 관계관, 기자, 식품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 음식의 고마움과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