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잡편)
장주 (탁양현 옮김) | 퍼플
13,200원 | 20150428 | 9788924027891
1장. ‘경상초’와 ‘외루’의 백성들
1. ‘경사초’의 기이한 정치
‘노담’의 제자 중에, ‘경상초’라는 자가 있었는데, ‘노담’의 도를 다소 얻어서, 북쪽으로 가 ‘외루산’에 살고 있었다.[老聃之役, 有庚桑楚者, 偏得老聃之道, 以北居畏壘之山.]
그는 신하 중에서 구분 짓는 것을 지혜로운 것으로 여기는 자를 내보냈고, 첩 중에서는 이끌고 다니는 것을 어진 것으로 여기는 자를 멀리했으며, 외려 법도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자와 함께 하고, 용모를 꾸미지 않는 자를 부렸다.[其臣之畵然知者去之, 其妾之?然仁者遠之, 擁腫之與居, ?掌之爲使.]
그렇게 3년 동안 머무르며, ‘외루’가 크게 번성하자, 외루의 백성들 서로가 이렇게 말했다.[居三年, 畏壘大壤, 畏壘之民相與言曰.]
“저 ‘경상초’ 선생이 처음 왔을 때, 우리는 그가 놀랍도록 기이하다고만 여겼었다.[庚桑子之始來, 吾?然異之.]
그런데 지금 와서 지난 하루하루를 헤아려 보면 부족하지만, 일 년 동안 헤아려 보면 넉넉하니, 아마도 그는 성인인가 보다.[今吾日計之而不足, 歲計之而有餘, 庶幾其聖人乎.]
그런데도 그대들은 어찌하여 그를 제사장으로 받들고, 사직을 세워서 모시지 않는 것인가?[子胡不相與尸而祝之, 社而稷之乎?]”
2. 백성들의 호의를 수용하라고 하는 ‘경상초’의 제자
‘경상초’가 그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저 남쪽을 바라보며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庚桑子聞之, 南面而不釋然.]
제자가 이상하게 여기자, ‘경상초’는 이렇게 말했다.[弟子異之, 庚桑子曰.]
“제자는 무엇 때문에 나를 기이하게 여기는 것인가?[弟子何異乎予?]
무릇 봄기운이 움직이면 수많은 초목이 자라나고, 가을이 되면 만 가지 보배로운 열매가 열리는데, 저 봄과 가을이, 어떻게 아무 것도 얻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夫春氣發而百草生, 正得秋而萬寶成, 夫春與秋, 豈无得而然哉?]
그것은 늘 그러하도록 천지자연의 도가 이미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天道已行矣.]
내가 들으니, 지인은 담으로 빙 둘러쳐진 방 안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백성들은 마음대로 행동하며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 할 정도로 자유롭다고 했는데, 지금 ‘외루’에 사는 미미한 백성들이, 사사로이 논의하여 나를 현인들 사이에 두고서 제사를 지내고자 한다고 하니, 정작 내가 남의 본보기쯤이나 되려는 사람이었던가.[吾聞, 至人尸居環堵之室, 而百姓猖狂不知所如往, 今以畏壘之細民, 而竊竊焉欲俎豆予于賢人之間, 我其杓之人邪.]
나는 이 때문에 ‘노담’의 말에 비추어 보고서 기뻐하지 않는 것이다.[吾是以不釋於老聃之言.]”
제자가 말했다.[弟子曰.]
“그렇지 않습니다.[不然.]
무릇 작은 도랑에는, 큰 물고기가 몸뚱이를 돌릴 만한 곳이 없지만, 미꾸라지 따위의 작은 물고기는 외려 몸을 돌리기에 적당하다고 여기며, 몇 걸음에 오를 수 있는 작은 언덕에는, 큰 짐승이 몸뚱이를 숨길 곳이 없지만, 작은 여우는 외려 그곳을 좋다고 여깁니다.[夫尋常之溝, 巨魚无所還其體, 而??爲之制, 步?之丘, 巨獸无所隱其軀, 而嬖狐爲之祥.]
하물며 어진 자를 높이고 능력 있는 자에게 일을 맡기며, 일 잘 하는 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옛날 ‘요순’시절부터 늘 그렇게 해 온 바인데, 하물며 ‘외루’의 백성들이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且夫尊賢授能, 先善與利, 自古堯舜以然, 而況畏壘之民乎.]
그러니 선생님께서는 그러한 호의를 받아들이셔야 합니다.[夫子亦聽矣.]”
3. 천 년 후에는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을 것이다
‘경상초’ 말했다.[庚桑子曰.]
“제자여, 이리 가까이 오라.[小子來.]
무릇 수레를 삼켜버릴 정도로 큰 짐승일지라도, 홀로 산을 떠나게 되면, 그물에 걸리는 재앙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배를 삼킬 만한 큰 물고기일지라도, 물 밖으로 튕겨나가 물을 잃어버리게 되면, 땅강아지나 개미 따위가 괴롭힐 수 있게 되는 법이다.[夫函車之獸, 介而離山, 則不免於罔?之患, 呑舟之魚, ?而失水, 則蟻能苦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