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내편)
장주 (탁양현 옮김) | 퍼플
8,300원 | 20150402 | 9788924027341
1장. 물고기와 거대한 새
1. ‘곤’과 ‘붕’
북녘 검푸른 바다에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이 ‘곤’이다.[北冥有魚, 其名爲鯤.] ‘곤’의 크기는,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어느 순간 이 물고기가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이 ‘붕’이다.[化而爲鳥, 其名爲鵬.] ‘붕’의 등 넓이 또한, 몇 천 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이 새가 온 힘을 다해서 날면, 그 활짝 편 날개가 마치 하늘 한편에 가득 드리운 구름과 같다.[怒而飛, 其翼若垂天之雲.]
이 새는, 바다가 일렁이기 시작하면 남녘 검푸른 바다로 날아가려고 한다.[是鳥也, 海運則將徙於南冥.] 남녘 바다는, 곧 하늘 연못이다.[南冥者, 天池也.]
2. ‘붕’에 대한 ‘제해’의 발언
‘제해’라는 자는, 괴이한 일을 잘 아는 자이다.[齊諧者, 志怪者也.] 그런 ‘제해’가 이렇게 말했다.[諧之言曰.]
“그 ‘붕’이 남녘 바다로 날아갈 때에는, 거대한 날개로 바다의 수면을 3천 리나 치고서, 회오리바람을 타고는 9만 리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간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그리고는 6개월을 쉬지 않고 날아간 뒤에 비로소 한 번 휴식을 취한다.[去以六月息者也.]
들판의 아지랑이와 먼지는, 살아 있는 생물들이 내뿜는 데서 생겨나는 현상이다.[野馬也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
그런데 하늘이 푸르고 푸른 것은, 본래의 제 빛깔인 것일까?[天之蒼蒼, 其正色邪?] 아니면 그것이 한없이 멀고멀기 때문인 것일까?[其遠而無所至極邪?]
거대한 ‘붕’이 9만 리 하늘 꼭대기에서 내려다본다고 해도, 역시 지금 내가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其視下也, 亦若是則已矣.]
물이 괴어서 깊이 쌓이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만한 방법이 없는 법이다.[且夫水之積也不厚, 則其負大舟也無方.] 그래서 한 잔의 물을 마루의 움푹 팬 자리에 엎지르면, 기껏 티끌 정도가 그 위에 떠서 배가 되지만, 거기에 잔을 놓으면 이내 가라앉고 마는데, 물은 얕고 배는 거대하기 때문이다.[覆杯水於?堂之上, 則芥爲之舟, 置杯焉則膠, 水淺而舟大也.]
이와 마찬가지로 ‘붕’의 날개를 지탱할 만큼 바람이 쌓이지 않으면, 그 거대한 날개를 띄울만한 힘도 없다.[風之積也不厚, 則其負大翼也無力.] 그러므로 9만 리의 높이까지 올라가려면, 바람이 그만큼 날개 아래에 쌓여야 하고, 그런 연후에야 이제 ‘붕’은 바람을 타는 것이다.[故九萬里, 則風斯在下矣, 而後乃今培風.]
푸른 하늘을 등에 지고서 갈 길을 막는 아무런 장애가 없게 되고서, 그런 연후에야 남녘 바다로 날아가려고 하는 것이다.[背負靑天而莫之夭閼者, 而後乃今將圖南.]”
3. ‘붕’을 비웃는 작은 새들
매미나 작은 비둘기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서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與學鳩笑之曰.]
“우리는 후다닥 있는 힘껏 날아올라서, 느릅나무나 다목나무 가지 위에 머무르고, 때로는 거기에도 이르지 못 하고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경우도 있다.[我決起而飛, ?楡枋而止, 時則不至而控於地而已矣.] 그런데 ‘붕’은 무엇 때문에 굳이 9만 리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남녘으로 날아가는 것일까?[奚以之九萬里而南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