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자시집 하 ([부록] 습득시 및 기타)
천병술 | 퍼플
17,300원 | 20230331 | 9788924108095
그의 시집이 우리나라에서 여러 차례 출간되었으나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각 시의 주석이 빈약한 점이었다. 한산시에는 인용구가 등장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출전을 밝혀 설명하지 않으면 독자가 잘못 이해하기 쉽고 때로는 전혀 다른 뜻이 되어 명작이 졸작으로 전락해 버린다. 필자는 한산시에 대해 방대한 주석서를 낸 중국의 대 학자 항초(項楚)의 《한산시주(寒山詩注)》를 구해 필요한 주석을 상세히 달아 놓음으로써 누구나 오류 없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한산자시집》은 한산이 겪으면서 보고 느낀 시, 자연을 읊은 시, 풍속을 읊은 시, 유교와 관련된 시, 도교와 관련된 시, 불교에 관한 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불교에 대한 시가 절반 정도이다. 불교의 계율, 교학, 선정(禪定: 삼매), 오도(悟道: 도를 깨달음) 등을 다루었다. 그가 불도(佛道)를 닦아 깨달은 경지를 시로 표현한 작품들이야말로 한산시의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핵심적인 시들이 오히려 독자들에게는 제일 난해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깨달음이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먼 경지여서 공감하기 어렵고 낯도 선 까닭이다. 하지만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선시들에게서 한산시의 백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청나라 말기의 관리이자 민국(民國) 초기의 정치가 정덕전(程德全)은 당시에 발간된 《한산자시집》의 발문에서 한산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상나라 제기(祭器)와 같고 하나라 솥과 같은 크고 넓은 불구슬(붉은 구슬)이 천년 동안 숨겨졌다 갑자기 [세상에] 드러나니 형상이 기이하고 색채가 다양하여 감히 다가가 바라볼 수 없구나. 청신하고 의미심장하기는 맑은 물로 끓인 태초의 국을 맛보는 것과 같고, 매화꽃을 씹고 빙설(氷雪)을 마시는 것과 같아, 서늘함과 차가움이 사람의 폐부를 맑힌다. 그윽하고 아름답기는 한창 봄날에 꽃잎이 돌무더기에 떨어져 가파른 비탈로 달아나는 것과 같고, 가을에 바위에 선 나무들 잎이 지니 깎아지른 산의 골격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아주 간략한 음절은 흙 북채로 질장구(흙 틀에 가죽을 댄 장구) 치는 소리와, 거문고·피리·쟁·비파 소리가 머물렀다 끊어졌다 하지만 다 같이 메아리치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질박하게 도리(道理)를 설명함은 노련한 늙은 농부가 살면서 농사일을 하는 것과 같다. 경지에 대한 출중한 묘사가 텅 빈 곳에서 뿜어져 나옴은 붉은 산에서 노니는 아침에 푸른 오동나무에 깃들지 않고 구천(九天: 가장 높은 하늘)에서 기침하고 침을 뱉으니 주옥(珠玉)이 다 떨어지는 것과 같다.”
그의 시집이 우리나라에서 여러 차례 출간되었으나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각 시의 주석이 빈약한 점이었다. 한산시에는 인용구가 등장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에, 출전을 밝혀 설명하지 않으면 독자가 잘못 이해하기 쉽고 때로는 전혀 다른 뜻이 되어 명작이 졸작으로 전락해 버린다. 필자는 한산시에 대해 방대한 주석서를 낸 중국의 대 학자 항초(項楚)의 《한산시주(寒山詩注)》를 구해 필요한 주석을 상세히 달아 놓음으로써 누구나 오류 없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한산자시집》은 한산이 겪으면서 보고 느낀 시, 자연을 읊은 시, 풍속을 읊은 시, 유교와 관련된 시, 도교와 관련된 시, 불교에 관한 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불교에 대한 시가 절반 정도이다. 불교의 계율, 교학, 선정(禪定: 삼매), 오도(悟道: 도를 깨달음) 등을 다루었다. 그가 불도(佛道)를 닦아 깨달은 경지를 시로 표현한 작품들이야말로 한산시의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핵심적인 시들이 오히려 독자들에게는 제일 난해한 작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깨달음이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먼 경지여서 공감하기 어렵고 낯도 선 까닭이다. 하지만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선시들에게서 한산시의 백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청나라 말기의 관리이자 민국(民國) 초기의 정치가 정덕전(程德全)은 당시에 발간된 《한산자시집》의 발문에서 한산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상나라 제기(祭器)와 같고 하나라 솥과 같은 크고 넓은 불구슬(붉은 구슬)이 천년 동안 숨겨졌다 갑자기 [세상에] 드러나니 형상이 기이하고 색채가 다양하여 감히 다가가 바라볼 수 없구나. 청신하고 의미심장하기는 맑은 물로 끓인 태초의 국을 맛보는 것과 같고, 매화꽃을 씹고 빙설(氷雪)을 마시는 것과 같아, 서늘함과 차가움이 사람의 폐부를 맑힌다. 그윽하고 아름답기는 한창 봄날에 꽃잎이 돌무더기에 떨어져 가파른 비탈로 달아나는 것과 같고, 가을에 바위에 선 나무들 잎이 지니 깎아지른 산의 골격이 나타나는 것과 같다. 아주 간략한 음절은 흙 북채로 질장구(흙 틀에 가죽을 댄 장구) 치는 소리와, 거문고·피리·쟁·비파 소리가 머물렀다 끊어졌다 하지만 다 같이 메아리치는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질박하게 도리(道理)를 설명함은 노련한 늙은 농부가 살면서 농사일을 하는 것과 같다. 경지에 대한 출중한 묘사가 텅 빈 곳에서 뿜어져 나옴은 붉은 산에서 노니는 아침에 푸른 오동나무에 깃들지 않고 구천(九天: 가장 높은 하늘)에서 기침하고 침을 뱉으니 주옥(珠玉)이 다 떨어지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