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맛 기행, 향토음식 (한국의 맛 기행)
정낙원, 차경희, 박영미, 김명현 | 교문사
25,650원 | 20250905 | 9788936326920
음식은 한 민족이나 지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연적·사회적 요소가 어우러져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기후와 풍토 등 자연적·지리적 조건은 우리에게 다양한 식재료를 제공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생태계의 교란으로 세계 곳곳에서 식량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경제, 종교, 계급, 사회적 규범, 전쟁, 환경오염, 기술, 연령, 성별 등 사회 문화적 요인에 따라 우리의 식탁은 제약을 받기도 하고,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나라마다 서로 다른 음식문화가 형성되었으며, 한 나라나 민족 안에서도 지역별로 고유한 음식문화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동양과 서양의 음식문화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고, 같은 동북아시아권이라 해도 한국, 일본, 중국의 음식문화는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 덕분에 남부·중부·북부 지방의 음식과 생활문화가 서로 다르며, 해안과 산간 지역 또한 생활방식과 음식이 구별된다.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는 지역별로 다른 농·수·축산물 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우리 음식문화를 더욱 다양하게 꽃피우는 토대가 되었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낯선 음식을 맛보는 일이다. 그 지역의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거나 고유한 조리법으로 빚어진 음식은 그곳의 사람과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된다. 음식은 그 자체로 훌륭한 ‘민간사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전통문화 가운데 음식문화는 본래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한국 음식문화를 가장 대표하는 것이 바로 ‘향토음식’이다. 향토음식은 시대 변화 속에서도 각 지역의 역사와 생활환경을 반영하며 독특하게 발전해 왔다. 따라서 전국에 산재한 향토음식을 조사·발굴하는 일은 문화적 전통과 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음식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 책은 조리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은 물론, 우리나라 향토음식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이 한국 음식문화의 뿌리와 다양성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한반도를 9개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과 고유 조리법으로 탄생한 향토음식을 소개하고, 지역별 역사적·지리적·기후적 특성과 음식문화의 특징을 살펴본 뒤, 이를 활용한 지역 축제를 함께 담았다. 이어서 각 향토음식의 사진과 함께 만드는 방법과 특징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북한 지역의 경우 현재 행정구역은 강원도,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자강도, 양강도로 나뉘어 있으나, 이 책에서는 황해도, 평안도·자강도, 함경도·양강도로 구분하였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라는 특수한 현실 속에서 북한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며, 언젠가 통일이 되어 북한의 맛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