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의 예술과 한국 신학 (우리 믿음의 새길을 찾아서)
이은선 | 동연
15,300원 | 20250924 | 9788964472798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李信)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오늘날 ‘현실’이 요동치고 있다. 이는 모든 다름이 찾고자 하는 ‘참 다름’이 현현하는 또는 쌓이는 장(場)과 사실성(物)이라는 것을 알며, 이 장을 소중히 하면서도 거기에 붙어있지 않는다. 이신의 현실과의 관계도 아마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이전에는 없던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다른 현상들 앞에서 요동치는 현실 앞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새로운 살길을 찾아갈 수 있을까?” 고심한다.
이신(李信, 1927~1981)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초현실주의(le Surréalism) 선언」(1924)이 발표된 1920년대의 조선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8.15 광복과 6.25 한국전쟁을 겪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와 「한국 그리스도의 교회 선언」(1974) 등을 하며, 본인의 삶뿐 아닌 조국과 문명을 억누르는 겹겹의 삶의 고난적 현실을 돌파하고자 했다. 또한, 예술가의 명면한 의식과 더불어 가난한 민중과 함께하는 목회, 한국적 신학을 추구하는 기독교 신학자로서 그렇게 길지 않은 생을 살았다.
이 책은 이신 30주기가 되는 2011년경부터 시작하여 2024년까지 이어진 여러 추모 행사와 책 출간을 계기로 쓰인 글들을 모았다. 이은선은 2018년 1년간 그가 남긴 그림들을 중심으로 생애와 연결해서 나름의 신학적 해석을 덧붙이는 기회를 얻었다. 이 당시 쓴 글들에 집중하여 이신의 예술과 신학(神學) 그리고 그 이후 전개된 나의 ‘신학’(信學) 이야기를 함께 드러내고자 한다.
2017년 신학적·예술적 동료들과 더불어 『환상과 저항의 신학 - 이신(李信)의 슐리얼리즘 연구』(동연)를 냈다. 이은선은 “왜 오늘도 나는 이신(李信)에 대해서 계속 말하려고 하는가? - 이신의 믿음과 고독, 저항과 상상 그리로 오늘의 우리”라는 글을 실었다. 이신의 삶과 사유를 ‘고독’, ‘저항’, ‘상상’의 세 축으로 요약하며, 어떻게 그가 자신의 삶에서 마주했던 여러 중첩적인 각종 난제들 앞에서 ‘신’(信)이라는 화두를 잡고, 그 구원적·치유적 의미와 전혀 새로운 함의를 신학적·예술적 언어로 전환하여 드러내고자 했는가를 살폈다. 이 책에서도 ‘나는 왜 오늘도 여전히 이신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신’(信)이라는 언어를 제안했고 ‘화해’(恕)를 역설했다. 그러한 그의 삶과 신학적·목회적 활동과 사유를 그의 회화적, 시적 산물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오랜 언술인 ‘성’(誠), ‘성’(性), ‘성’(聖)의 세 언어와 연결하여 총체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오늘날 현실이 극도로 부패했고, 이를 넘어 왜곡되고 폭력적이며 온통 자아 절대주의적 관계로 전락했다. 이는 홀로 떨어진 섬으로 뿌리 뽑히고 외로워하며 사는 모습으로 묘사될 수 있다. 그래서 ‘믿음’(信)이란 바로 그 관계 맺는 일을 우리 사유와 상상, 친절하고 바르며 지혜로운 말과 용기로 새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이신은 인간의 조건을 왜곡되게 한계 짓고 인간의 삶을 여러 형태로 옥죄는 노예성을 뚫고 나가기를 원했다. 또한 ‘영의 신학’을 강조하며, 교회 공동체의 유지를 도모했다. 한국 신학(信學)도 현실과 초현실, 내재와 초월, 사실과 진실, 유(有)와 무(無), 리(理)와 기(氣) 등의 통섭과 묘합을 추구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
앞서 설명한 그런 생각들이 모여 씨앗이 되고, 그러한 씨앗들이 자라 이 책으로 꽃을 피게 되었다. 초현실주의 신학자이자 시인이며 화가였던 이신을 기리며, 그의 사상을 소비 자본주의 끝에 선 우리 사회에 소환하고, ‘우리 믿음의 새 길’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