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의 배신 (대중의 욕망인가, 기업의 마케팅인가)
이호건 | 월요일의 꿈
17,110원 | 20230908 | 9791192044316
“그 트렌드의 본질은 무엇인가?”
26개의 최신 트렌드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따져 묻는다!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생각과 지갑을 노리는 세상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적 안내서
매년 하반기가 되면 서점가와 언론을 통해 수많은 소비트렌드가 여러 출처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그런데 그 트렌드 목록들을 보고 있으면 매년 예상 트렌드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단 1년의 차이일 뿐인데 말이다.
# 2022년에 유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10가지 트렌드
나노사회, 머니러시, 득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시 플레저, 엑스틴 이즈 백, 바른생활 루틴이, 실재감테크, 라이크커머스, 내러티브 자본
# 2023년에 유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10가지 트렌드
평균 실종, 오피스 빅뱅, 체리슈머, 인덱스 관계, 뉴디맨드 전략, 디깅모멘텀, 알파세대가 온다, 선 제적 대응기술, 공간력, 네버랜드 신드롬
매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이렇게 확확 바뀐다는 게 정말 사실일까? 우리는 이 목록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트렌드(trend)’란 일정한 방향성이나 경향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현상을 뜻한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현상에 트렌드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그 개념에 맞지 않는다. 언급된 트렌드가 진짜 트렌드인지 알기 위해서는 ‘방향성과 경향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년 발표되는 소비트렌드는 대부분 그러한 시간적 여유 없이 발표되곤 한다. 따라서 이 트렌드 목록은 무작정 신뢰하기에 무리가 있다.
전작 《조용한 퇴사》를 통해 MZ세대의 대퇴사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해, 언론과 경영계로부터 주목은 받은 바 있는 이호건 박사(경영학, 휴비즈코퍼레이션 대표)는 신작 《트렌드의 배신》(월요일의꿈 펴냄)을 통해 ‘트렌드 범람’의 시대에 좇아야 할 트렌드와 피해야 할 트렌드에 대한 트렌드 비평 작업을 시도했다. 저자는 지금 이 시대야말로 넘쳐나는 트렌드 앞에서 철학자 데카르트처럼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찍이 철학자 데카르트는 철학의 확고한 기초를 세우기 위해서는 자명해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확실한 근거가 있는지 되묻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후대 사람들은 ‘데카르트적 의심’이라고 부르는데 (…) 이 책은 오늘날 자주 회자되는 여러 트렌드에 대해 데카르트적 의심을 통해 본질을 탐색하는, 일종의 ‘트렌드 비판서’다. 모두가 대세적 흐름이라고 생각하여 따르는 트렌드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고려해볼 만한 트렌드인지, 주의해야 할 프로파간다인지를 파악하고자 했다.”(‘서문’ 중)
사실 저자는 트렌드 전망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마케터나 경영자, 혹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힌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전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때는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어떤 트렌드가 전망된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에 근거해 사업계획을 세우는 이가 있다면, 그 사업의 미래는 절대 보장받을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매년 발표되는 ‘예상’ 트렌드에 질문을 던지라고 조언한다. 그 예상 트렌드 목록은 말 그대로 ‘예상’이고 ‘전망’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트렌드 발표는 모두 쓸데없는 짓일까? 그렇지는 않다. 맞든 틀리든 간에 소비트렌드에 대한 전망을 알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개별 기업의 마케터 입장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약간의 힌트라도 얻는다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는 낫다. 오히려 문제는 공급자보다 수요자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쏟아지는 트렌드를 아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소비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서문’ 중)
그렇다면 소비자, 혹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트렌드를 어떤 기준으로 살펴보아야 할까? 저자는 한 마디로 그 트렌드의 ‘본질’을 파악하라고 말한다. 단적인 예를 보자. ‘영끌 빚투’ 열풍이 분 바 있다. 이것을 트렌드라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경우, 그 행위에 따른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트렌드를 무작정 따르지 않고 거부할 수 있을까? 트렌드가 지시하는 방향만 볼 것이 아니라 그것에 내재한 본질을 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예컨대, ‘영끌 빚투’가 트렌드라고 해서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투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숙고하고, 영끌 빚투가 과연 투자의 본질에 합당한지를 따져야 한다. 만약 그것이 본질에 부합하지 않다면 영끌 빚투 트렌드는 우리를 천국이 아니라 지옥으로 인도할 수 있다.”(본문 1-1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