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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 잡지 > 실천문학
· ISBN : 6000195617
· 쪽수 : 527쪽
· 출판일 : 2006-08-20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 민주주의의 위기와 한미 FTA / 편집위원
시
김승희 - 이것은 영화가 아니야
이상국 - 도깨비 혹은 귀신 생각
박남준 - 산수국
김명리 - 봄날 저녁
이선영 - 징
김수영 - 달
김해자 - 찐따
이세기 - 이무기 이야기
이영주 - 자살법
윤성택 - 농협창고
박진성 - 아라리
김경주 - 주저흔
김성규 - 얼음배
시 마루 - 독자와 함께 읽는 이번 호의 시들 / 박수연, 김선우
제13회 실천문학 신인상
심사평
당선 소감 l 김명철 / 최진영 / 김선재
시 당선 l 틈 외 4편 - 김명철
중.단편소설 당선 l 팽이 - 최진영 / 그림자 군도 - 김선재
장편소설
김원일 - 전갈(연재 제4회)
단편소설
안덕훈 - 남묘호렌게쿄도 신순주
김이은 - 쇼맨
유형석 - 혼잣말을 하는 사내
윤이형 - 그녀의 향기
특집 l 지구적 자본주의와 약소자들
[ 서론 ] 지구적 자본주의와 약소자들 - 오창은
[ 현장에서 전하는 약소자의 목소리 ]
야만은 자본과 함께 온다 - 류외향
때로 책 한 권을 읽는 일부터 - 김곰치
어떻게 연대하고 적대할까? - 고영직
동해로 간 사이트 칸 - 김재영
내가 장애여성으로 살아가는 법 - 김효진
[ 세계화 이후의 약소자들 ]
연대의 사잇길 : '보편-개체'의 계선을 넘어 - 김영민
코시안과 한국문학 - 허정
비정규, 무허가의 세상을 잠행하는 문학적 상상력 - 서영인
추방된 자, 어떻게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되는가 - 정은경
[ 세계체제의 약소자로서의 북한 ]
세계체제의 압박과 약소자로서 북한의 대응 - 김근식
대동강과 한강을 잇는 시적 상상력의 가교 - 류신
문화 통합을 위한 '두 개의 문학론' - 오창은
논단
일제말 김사량 문학의 저항과 양극성 - 김재용
세계문학의 창
자식이 자라기를 바라지 않았던 아버지 - 수아드 아미리 / 오수연 옮김
정기구독 안내
지난 호 바로잡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자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갈빗집에서 철판을 닦았다. 비교적 쉽게 구한 일자리였다. 시커멓게 늘어붙은 기름때를 닦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여자는 어두운 주방에 앉아 뜨거운 물에 철판을 불리며 소와 돼지들의 최후를 생각했다. 그것들의 흔적은 사라진 듯하다가도 철판 한구석에서 미끌거리기 일쑤였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존재는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고무장갑을 사용했지만 백여 개가 넘는 철판을 닦고 나면 여자의 손은 물먹은 수세미처럼 부풀어올랐다. 그 때문에 갈빗집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구이용 철판을 닦아주는 청소업체와 거래하게 된 갈빗집 사장은 여자에게 철판 닦는 일 대신 밤 열시까지 홀에서 근무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자에게 어린 두 딸이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 사장의 그런 요구는 해고 통보와 다름없었다.
- 제13회 실천문학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작, 김선재의 '그림자 군도' 중에서
이제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의 현주소는 확인되었다. 아마도 이 암울한 현주소는 아주 오래 우리의 남루한 거처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희망 없는 현실과 어떻게 맞서 나갈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분석과 전망이 상식적인 대답이 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당하신 대안을 구체적 실감으로 경험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노동자'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 없는 다양한 사례들을 그 각각의 구체적 사정에 맞추어 분석하고 그 속에서 명확한 적대와 연대를 구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 당위적으로 옳은 그 방향성을 관념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찾아내는 과정은 몹시 지난하다.
'노동문학'은 점점 더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되 어디나 노동의 현장이고 현실인 것은 분명하다. 그것을 담아낼 문학적 방법론이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작가들은 아직도 여전히 현실을 발견 중이며, 스스로의 무력을 절감하면서 나름대로 그 돌파의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조롱하고 냉소하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때로 비감에 젖고 때로 짐짓 명랑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언제나 비정규, 무허가인 삶은 벗어버릴 수 없는 무게로 그들을 짓누른다. 희망 없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궁지에 몰린 상상력이 바로 이 지점에서 반짝, 빛난다.
- 서영인, '비정규, 무허가의 세상을 잠행하는 문학적 상상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