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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 잡지 > 기타
· ISBN : 6000203914
· 쪽수 : 287쪽
· 출판일 : 2006-11-17
책 소개
목차
시가 있는 이 한 컷
신석초 시인의 진갑 축연 - 김후란
기획 특집 l 비평가의 시, 시인의 비평 - 시인과 비평가의 역할을 바꾼다
[ 비평가가 쓴 시 ]
이어령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도끼 한 자루
유종호 - 자목련 아래서 / 언제나 비가
김화영 - 뫼동에 돌아와서 / 고추잠자리에 대하여
김춘식 - 무당개구리야, 당나귀야 / 비슬번히 인생을 보내다
방민호 - 괭이 1 / 괭이 2
김용희 - 옛사람 / 무사 어머니
[ 시인이 쓴 비평 ]
이가림 - <님의 침묵> 또다시 읽기
이하석 - 새로움에 대한 경계와 애정의 교차
변의수 - 비평과 해석학적 중독
김민정 - 단추, 그 아름다운 불구들을 위하여
장석원 - It's blue world
[ 총론 ]
최동호 - 시와 비평의 길은 다르지 않다
신작시
정현종 - 굴뚝 / 시 죽이기
오규원 - 해가 지고 있었다 / 가을이 왔다
신대철 - 산늪을 품고 / 두만강 첫 다리를 스치며
박남철 - 불암산
허연 - 일요일3 / 추전역
김종미 -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의 전말
손순미 - 지하철 남자 / 칸나
이영광 - 음복 / 4월
김근 - 가수들 / 웃는 봄날
이민하 - 해피엔드 / 두 개의 항아리
신동옥 - 공소년의 무한질주 / 죽은 아이에게 혹은...
진동영 - 외통수 / 경계2
이혜미 - 혓바늘 / 달콤해, 달콤해 / 싱싱한 죄
연재 l 강은교의 '시에 전화하기'(11)
문턱과 쇠창살 - 강은교
연재 l 한시의 숲에서 만나는 옛시인(1)
시마, 시인의 아름다운 벗 - 김풍기
Zoom-in 시인의 세계 l 최하림
풍경 속에 녹아 있는 시인의 눈 - 김광일
최하림 자선 대표시 5편 - 마른 가지를 흔들며 / 말하기 전에, 나는 / 달이 빈방으로 / 빈집 / 서상
해외 시인 소개 l 남아프리카공화국 - 안트지 크로그 Antjie Krog
아프리카 대지와 아프리카인의 '빼앗긴 몸' - 장시기
우리 시대의 평론
쉬메르와 마틸데 - 조강석
샤를르 보들레르의 미학 에세이
댄디 - 이건수
시인이 남긴 이야기 (18)
미당에게 베푼 청마의 큰 우정 - 박철석
내가 좋아하는 시와 시인
스물두 살, 쓸쓸항도 오늘은 죽지 말자 - 한유주
내 삶의 향기, 이 한 편의 시
브레히트의 흰 구름, 마리아의 추억 - 정윤수
시인의 오지기행(1) 금대계곡
하늘과 만나는 이 길을... - 이윤학
'「시인세계」가 선정한 시집' 서평
이하석 시집 <것들>, 이종만 시집 <오늘은 이 산이 고향이다> - 김문주
손택수 시집 <목련 전차>, 문태준 시집 <가재미> - 김석준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장인수 시집 <유리창> - 권채린
- 편집자의 말 : 순백의 겨울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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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기획 특집 l 비평가의 시, 시인의 비평, 장석원 'It's blue world' 중에서
시를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 왜 알지 못하는 어려운 시를 썼냐고 시인에게 욕하면서 시인을 지도하고 계몽하려는 비평가들에게 시인은 할 말이 없다. 그저 시를 쓸 뿐이다. 이상이 시를 발표했을 때 독자들은 '이것이 시냐'라고 항의했다. 나는 2006년에도 1930년대에나 있을 법한 말들 위에 여전히 비평이라는 타이틀이 달려 있다는 것에 아연실색한다.
시의 언어는 주체의 권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주체의 언어는 세계를 동일화시키는 강력한 화자 '나'의 지배권을 승인한다. 그것을 '서정시'의 고유성이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다. '다른 서정'이 있었다. 그것은 '서정'을 말살시키려거나 '서정'을 전복하여 새 세계의 권력을 잡아보겠다는 졸렬한 의도에 의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다툼 중에 시인과 시는 토막나서 유기된다. 오해되어 알아듣지 못하는 이상한 말들의 휴지통이 된다. 폭력적인 비평에 유린된다. 비평가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우울한 세상이다.
가을이 왔다
-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한유주(소설가), '내가 좋아하는 시와 시인' 중에서
나는 이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었다는 것이, 그리고 몇 번쯤 전문을 떠올리기도 했다는 것이, 내가 이 시를 좋아한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단지 누구나 지나치는, 스물도 스물다섯도 서른다섯도 아닌 스물두 살이 내게도 있었고, 스물두 살이 등장하는 시는 '지하인간'을 제외하면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오늘 지하인간을 다시 불러낸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누구나 시간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래서 시간은 언제나 결정적이다. 누구나 그럴 때, 지금 여기.
지하인간
- 장정일
내 이름은 스물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 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