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2013.12

권두논단
노년의 삶과 문학 / 장경렬

연말기획
시집은 이렇게 태어난다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전형철
천상병의 《새》 / 김미정
이현우의 《끊어진 한강교(漢江橋)에서》 / 박성현
서정춘의 《죽편(竹篇)》 / 한용국
박시교의 《가슴으로 오는 새벽》 / 선안영
박구하의 《햇빛이 그리울수록》 / 권갑하
박정만의 《박정만 시전집》 / 최승철
송명진의 《착한 미소》 / 김박은경
이연주의 《속죄양, 유다》 / 최서진

유심시단
우리! 살았던 때 / 이유경
혹애(酷愛)/ 이근배
노숙, 몽유의 / 윤석산
석류 / 송상욱
눈물점 / 권혁소
뻐꾸기 소리 / 도종환
물빛, 크다 / 문인수
10월 / 엄원태
시 / 최정례
술시 / 이인원
나비족 / 홍일표
특별한 일 / 이규리
동행(同行) / 최영규
추일서정 / 김인육
한려 / 이창수
폼페이 아다지오 / 허청미
채석강 / 주영중
아버지의 기도 / 정수경
환절기 / 김지율
몽환 / 성은경
돌을 깨는 인류 / 허진아
친구의 전설 / 박정옥

유심시조시단
골목길에 쌓인 눈 / 김 준
낮달 또는 수월관음도 / 윤금초
낙수편편(落穗片片) / 허 일
어머니 설법 / 하순희
바람이 앉아 / 김춘기
내설악 / 손증호
공그르기 / 이숙경
휴대폰교(敎) / 김창근
서귀포 바닷가 / 박미자
물먹은 책 / 김윤숭
강물의 구조 / 김영철

월평 시
존재의 흔적을 찾아서 / 방민호
시의 자연, 자연의 시 / 신진숙

월평 시조
문질빈빈(文質彬彬) / 홍성란
바깥을 향한 사유 / 염창권

기획연재-나의 삶 나의 문학 / 최명길
시의 돌팍길은 미묘하고도 멀어

한국현대시 연구의 쟁점 ⑬ 최종회
한용운 시의 ‘님’과 해석의 방향 / 박현수

누정시 기행 ⑫ 합천 농산정
흐르는 물로 온 산을 에워쌌네 / 임연태

시와 예술의 만남 ⑪ 무용
시와 무용이 만나온 길고 긴 역사 / 이승하

술시

이인원

술적심도 없이 넘기는 밥알 같은
오해가 오해를 부르던 껄끄러운 시간들
아랫단부터 축축하게 젖어드는
절망의 바지자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드디어
술시가 찾아왔다
잔뜩 부은 발등을 고봉밥처럼 담고 있던 주발을, 아니
구두를 다짜고짜 벗겨버리더니 마치
십년지기인 양 어깨를 툭 치고선
구름구두를 신고 구름 위를 걷자
손을 잡아 끈다
달빛이 별빛을 신고 걸으나
별빛이 달빛을 벗고 걸으나
모든 길이 꽃길인데
우담바라, 지옥 보다 더 캄캄한 목구멍 속에
왁자지껄 알코올 꽃이라도 피워 보자 졸라댄다 에라
구름멀미도 좋고 땅멀미도 좋지
넘치는 맥주 거품만큼이나 넉넉하게
이해에 이해로 화답하는 혀꽃들
붉은 꽃무릇처럼 꼬부라지게 피고지고
결국은
술적심도 없이 억지로 삼켰던
채 소화 시키지 못한
까끌까끌한 슬픔의 낱알까지 다시 고봉으로 토해내야 할
술시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