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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89449928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시부문 고두현
수상작 ·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_15
심사평_17
수상소감_19
근작 · 지상에서 천국까지_21 내가 마구간에서 태어났을 때_22 정 년 직전_24 맹인 안마사의 슬픔_25 풍란 절벽_26 망덕포구 에 그가 산다_28
자선대표작 · 늦게 온 소포_30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_32 초 행_33 한여름_34 저무는 우시장_35 달의 뒷면을 보 다_36 연밥을 따며_38 발해금(琴)_39 땅 이야기_40 구운몽_42
등단작 · 남해 가는 길_44
자술연보_46
연구서지_51
수상자론 · 존재론적 슬픔을 넘어서는 그리움의 시학 / 유성호_53
시조부문 민병도
수상작 ·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_73
심사평_74
수상소감_76
근작 · 월광곡_78 천년_79 까치호랑이_80 열쇠_81 계림에서_82
자선대표작 · 들풀_83 별_84 낙화(落花)_85 한때, 꽃_86 흙_87 장국밥_88 가을 삽화(揷畵)_89 풍경(風磬)_90 보리밟기_91 겨울 대숲에서_92
등단작 · 마을_93
자술연보_94
연구서지_99
수상자론 · 일촉파삼관, 수묵과 시조와 청도 / 홍성란_102
소설부문 정찬주
수상작 · 장편소설 아소까대왕_123
심사평_126
수상소감_128
근작소설 · 자화장(自火葬)_130
자술연보_153
연구서지_157
수상자론 · 불교소설의 지평 넓힌 불자 작가 / 유한근_159
특별상 구중서
심사평_177
수상소감_179
근작 평론 · 문학이 할 수 있는 일_181
근작 시조 · 바다_195 우주_196 시를 알면_197 인사말_198 선종(善終)의 모습_199 로마를 생각하며_200 어버이 날_201 어떤 감격_202 반딧불이_203 불씨_204
자술연보_215
수상자론 · 역사의식과 리얼리즘 / 고봉준_207
저자소개
책속에서
풍란 절벽
고두현
소나무 뿌리 끝에 복령 덩어리도 금방 캐고
비 온 뒤 나무에 올라 목이버섯도 쉽게 따던
하석근 아저씨가 그날은 맞은편 절벽에서
진땀을 흘렸다. 미끄러운 바위 틈새 까마득히
오르느라 하얗게 질린 끝에
아슬아슬 풀 한 포기 안고 내려왔다.
무슨 풀인가 봤더니 석란(石蘭)보다 몇 배나 더
값을 쳐준다는 풍란(風蘭)이라 했다.
그냥 바위틈에 핀 석란보다
바람 먹고 자란 풍란이 귀하기는 하겠지만
갓난쟁이 딸 첫돌 맞은 지 이틀도 안 돼
천애 절벽 기어 올라갈 일은 아니었다.
어부들은 바다에서 짙은 해무를 만나 길을 잃었을 때
풍란꽃 향기를 맡고 육지가 가까운 걸 알았다는데
아서라, 풍랑도 없는 낭떠러지
돌무더기 떨어지듯 허망하게 스러지고 만
두 살배기 딸 새벽 산에 묻고 난 뒤
하석근 아저씨 다시는 풍란 절벽을 오르지 않았다.
풍란 잎사귀 하나가 백만 원까지 치솟던 시절이었다.
— 《우리시》 2022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