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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 잡지 > 기타
· ISBN : 9772005317001
· 쪽수 : 115쪽
· 출판일 : 2023-03-05
목차

저자소개
책속에서
느티나무는 봄부터 눈을 뜨면 온 여름내 하루가 다르게 잎이 자라
서 팔랑팔랑 그늘을 만들어 놓는다. 가을이 오면 제 할 일 다 했다고 옷
갈아입는다. 자연의 섭리에 잘 놀다 간다며, 바스락바스락 인사하며
노란 낙엽들은 쌓여간다. 나무는 시키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다음 해
를 준비하려는 것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느티나무를 바라보고 있으
면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다. 낙엽이 한잎 한잎 시나브로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건강해야 한다며 오래 써먹은 몸이지만 움직여야
한다고 운동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하다.
이젠 자식들도 다 제자리 찾아 둥지를 틀어 떠났다. 남은 노부부와
느티나무는 우리가 눈감는 날까지 함께할 것이다. 변함없이 내년에도
때가 되면 움이 터서 푸른 잎이 자라나 많은 이들에게 공급하는 산소
와 함께 숨 쉬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오들도 말없이 옆에서 40년
이 넘게 잘 큰 느티나무가 있어 하늘 한 번 더 쳐다보는 계기가 되었
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변함없이 한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나무처럼
누구든 서두르지 않는 참신한 마음가짐과 용기를 희망해본다.
앞으로도 누가 손만 안 댄다면 백 년이고, 천년을 살지 모르는
느티나무다.
누구의 묘소인지는 모르지만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느티나무가 사방으로 가지를 뻗는 바람에 가을이면 지붕에
가랑잎이 쌓여 걱정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중간쯤 잘랐으면 하고
달 포 전에 시청에 민원 신청을 했었다. 그런데 온 답은 시 땅이 아니
어서 손을 못 댄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나무만 쳐다보면서 어떻게 해야
좀 낮게 자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느닷없이 계단에서 발목을 접질
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