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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01108162
· 쪽수 : 400쪽
책 소개
책속에서
눈가의 검은 반점 때문에 아기 때부터 두려움의 대상이던 소녀는 사람들에게 버려진 채 양파 모양의 뾰족탑이 많은 왕궁의 드넓은 정원을 홀로 방황했다. 소녀의 부모는 딸의 흉측한 모습이 자기들의 명성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하여 낭패감과 두려움에 떨었다. 다른 귀족들은 소녀가 빛나는 궁정을 파괴할 목적으로 파견된 악마라고 굳게 믿었다. 기러기 떼처럼 몰려다니며 자주 왕궁 정원을 노니는 귀족 자녀들은 소녀가 끔찍한 마법으로 저주를 걸까 두려워 소녀를 멀리했다. 술탄은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소녀가 정말로 악마라면 풀을 베어버리듯 소녀를 내쳤다가 지옥 존재들의 분노를 살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결국엔 다들 소녀를 가만히 내버려두고 멀리 따돌려 골치 아픈 문제를 굳이 맞닥뜨리지 않는 쪽을 택했다. 1권
내 눈가에 처음부터 검은 반점이 있던 건 아니래.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일곱 달하고도 이레째 되던 날, 어머니가 눈처럼 새하얀 침대에서 잠든 사이 요정이 내 요람에 찾아와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선원들의 문신처럼 내 얼굴에 수많은 이야기와 마법 주문을 새겼대. 거기 담긴 시와 노래가 너무도 많고 아주 촘촘히 적힌 탓에 내 눈꺼풀에 화장 먹으로 단번에 길고 굵게 선을 그은 것처럼 보이는 거야. 하지만 그건 강과 습지와 호수와 바람의 이야기들이라고 했어. 그 이야기들은 함께 모여 위대한 마법을 발휘하는데, 내 눈꺼풀에 담긴 모든 이야기가 빛을 전하며 마지막까지 다 읽히고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요정이 돌아와 나를 심판할 거랬어. 1권
“왼쪽 눈꺼풀 주름에서 처음으로 읽은 이야기를 들려줄게.”
소년은 그림처럼 꼼짝 않고 앉아, 깊은 숲 속에서 커다란 귀를 쫑긋 세운 들토끼처럼 귀를 기울였다.
“옛날 아주 먼 나라에 왕자님이 살았는데, 아버지의 부유한 왕국도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들도 그리고 연회장의 다양한 오락거리도 다 시큰둥하고 재미가 없어서 몹시 지루해 하고 있었어. 그 왕자의 이름은 무시무시한 바람처럼 대초원을 순식간에 가로지르는 용맹한 사자를 의미하는 레안데르였지. 어느 날 밤 왕자는 사냥에 나선 용감한 매처럼 담쟁이가 뒤덮인 거대한 왕궁의 성벽을 몰래 빠져나갔어. 가슴에 쌓인 불만을 잠재울 만한 멋진 모험을 찾아 나선 거야…….”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