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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01109053
· 쪽수 : 339쪽
· 출판일 : 2010-06-10
책 소개
목차
서리, 박지
자개함
시시
개나리꽃
죽이거나 살리거나
지팡이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미동도 없던 검은 수면이 살랑, 움직이기 시작했다.
“왔나 봐.”
화니의 말을 신호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심장에 예민한 돌기가 생기고 그 끝이 아릿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검은 수면이 작게 요동치기 시작하자 화니는 재빨리 창호지로 항아리 입구를 덮으려 했다. 그러자 서리가 화니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냥 열어두면 안 될까? 나는…… 국이 너무 보고 싶어.”
화니는 단호하게 창호지를 댄 항아리 입구를 삼색 매듭 실로 묶어 봉하며 말했다.
“안 돼, 너무 위험해. 이 항아리 속에 담긴 물은 우리에게 불려온 국의 영혼이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와 잠깐 지체하는 장소야. 영혼이 담긴 물이라고. 죽은 자와 산 자의 호흡이 통하는 창호지로 입구를 막으라고 해서 이렇게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것도 안전하지 않아. 자칫 잘못해서 물이 튀면 불려온 영혼이 그 사람에게 씐다고 했어. 귀신들리고 싶어?”
그때였다.
“으으으으…….”
바닥에서부터 스며들듯 기어올라오는, 깊고 음울하고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화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는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잠시 말을 잊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손은 차갑게 마비되었으며 무릎은 멋대로 주저앉으려고 했다. 믿기지 않았다.
끝내 박지는 언니의 남자친구를 가로챌 수 없으리라. 그날 밤 서리는 항아리를 챙기려는 화니에게 말했다.
“그 항아리, 내가 보관할게.”
“그럴래? 하긴 네 남자친구였으니까 그게 낫겠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지? 그 결혼식이 끝나고 사흘 밤이 지난 후 새벽에 항아리 속의 물을 미루나무에 뿌리고 항아리는 깨뜨려 흙 속에 파묻어. 그럼 항아리 조각은 흙이 되고 국은 무덤으로 돌아가 자기 갈 길로 가게 될 거야. 단,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전에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면 안 돼.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