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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01109398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0-07-1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창밖을 내다보면서 니나는 처음으로 이 도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일 년 중 대부분 잿빛이나 갈색 진흙과 먼지로 뒤덮인 이 도시는 음울하다. 그런데 소복이 쌓인 눈이 온 세상을 깨끗하고 환하게 만들어놓았다.
“모스크바는 눈으로 뒤덮였을 때가 가장 아름다워요.”
빅토르만이 들을 수 있도록 니나가 조용히 말한다.
“여자하고 반대죠.”
빅토르가 대답한다. 그의 목소리 역시 속삭임에 가깝다. 그의 따스한 숨결이 귓가에 느껴진다.
“이 도시는 가렸을 때가 아름답지만 여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때가 가장 아름다우니까.”
정말 베라이다! 놀라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는 사람은!
“너!”
니나가 마침내 소리를 지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폴리나를 소개할 겨를조차 없다. 베라가 직접 자신을 소개하고 니나는 그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세월이, 전쟁이, 그리고 니나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베라를 변화시켰다는 생각을 한다.
“베라 보로디나예요.”
베라가 폴리나에게 말한다. 니나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키로프 발레단의 미모의 신예. 성이 바뀌었다. 아마도 무대용으로 새로 지은 모양이라고 니나는 생각한다. 니나는 오래전 볼쇼이에서 오디션을 보던 날을 생각한다. 베라의 부모님이 어디론가 떠났고 사람들은 그들이 어딘가 수상했다고 수군거렸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니나는 그들을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일상생활로 보아서는 그런 말로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성인이 된 지금에야 니나는 이해한다. 어린 시절에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바로 그래서 사랑이 위험한 거야. 인간은 사랑을 위해서 일어서고 사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하긴, 자네야말로 누구보다도 잘 알겠군. 러시아는 조국에 대한 사랑 외에는 모든 사랑을 억압했으니까.”
사랑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본래 모습을 되찾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은 인간을 강하게 만들죠. 사랑을 위해서 인간은 때로 미친 짓을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