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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01129839
· 쪽수 : 406쪽
책 소개
목차
엉겅퀴 THISTLE
흰 장미 WHITE ROSE
이끼 MOSS
헤이즐 HAZEL
빅토리아 존스의 꽃말사전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꽃말에 대해서 말하는 거란다. 꽃말은 네 이름을 딴 빅토리아 시대에 시작된 거야. 수백 년 전에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꽃으로 대신했어. 남자가 여자에게 꽃 한 다발을 주면 여자는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달려가서 마치 비밀문서처럼 그 의미를 해석했지. 빨간 장미는 사랑을 뜻하고, 노란 장미는 부정(不貞)을 뜻해. 그래서 꽃을 아주 신중하게 골라야 했단다.
나는 작업을 시작했다. 높이와 밀도, 질감, 향기의 배합을 고려했고 손상된 꽃잎들은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마침내 완성된 것은 흰 눈 같은 버베나를 배경으로 흰 국화가 소용돌이치며 솟아오르고, 그 속에 흰 덩굴장미가 촘촘하게 원을 만들다가 단단하게 묶은 꽃들의 가장자리로 흘러내리는 꽃다발이었다. 장미 가시는 전부 제거했다. 꽃다발은 결혼 부케처럼 순백색이었고, ‘기도, 진실, 사랑에 서툰 마음’을 말하고 있었다. 물론 아무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냉장실 안의 꽃들과 진열된 꽃들을 떠올려보았다. 심술궂은 10대 소녀를 위한 생일 선물이라. 노인의 말은 하나의 퍼즐이었고 도전이었다.
“흰 장미도 괜찮아요. 은방울꽃도 좀 곁들일까요?” 상아색 종들이 매달린 긴 가지를 꺼내며 내가 말했다.
“좋을 대로 해요.”
꽃을 배열하고 갈색포장지로 두르면서, 나는 열여덟 살이 되던 날 아침에 같이 있던 아이들에게 달리아 한 송이씩을 밀어넣어줄 때 느꼈던 우쭐함을 느꼈다. 묘한 기분이었다.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된 것 같고, 비밀이 생긴 것 같아 가슴이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