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01144887
· 쪽수 : 32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_7
마지막 오아시스 _ 11
수치심 _ 33
지하실의 꽃배 _ 49
달콤한 유혹 _ 59
다이타오 소령 _ 73
파란 눈의 중국인 _ 83
검은 그림자의 침묵 _ 97
시체매장원 _ 117
명기의 춤 _ 147
부득이한 희생양 _ 177
비파의 슬픈 음색 _ 195
사람과 짐승의 경계 _ 219
폐허가 된 도시 _ 235
굶주린 욕망 _ 267
섬뜩한 초대 _ 281
가장 아름다운 여학생 _ 297
크나큰 해방 _ 315
옮긴이의 말 _ 320
리뷰
책속에서
갑자기 24∼25세로 보이는 기녀가 잉글먼 신부를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아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 수쥐안은 평생 그녀의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뒷모습을 보았다. 뒷모습이면서 얼굴이요, 얼굴과 같은 표정이 있고 얼굴의 역할을 하는 뒷모습이었다. 나중에 이 여인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수쥐안은 그녀의 등뿐만 아니라 몸 어느 곳 하나 그냥 존재하는 게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 곳곳이 웃을 줄 알고 원망할 줄 알며 침묵의 말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창고는 이미 창고가 아니었다. 지하실에 떠 있는 꽃배였다. 여기저기에 기녀들의 알록달록한 이불과 밍크 모피가 널려 있었고, 원래 소시지와 햄이 걸려 있던 갈고리는 담뱃갑의 은종이로 싸인 채 명주 손수건, 스카프, 브래지어, 배두렁이 등이 걸려 있었다.
문을 닫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가에서 몇 명의 일본 기병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콧노래를 부르고 히죽거리며 웃는 것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문 안의 사람들은 토우(土偶)로 변해, 정지된 화면처럼 그 자세로 기분 좋은 일본 병사들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완전군장을 한 군인들은 두 손에 권총을 쥐고 있었고, 문이 열리기만 하면 총알이 발사될 것이었다. 말발굽의 울림이 밤하늘 속으로 사라지자 사람들은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