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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01161754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14-01-01
책 소개
목차
1장 나쁜 버릇
2장 방문자들
3장 선물
4장 거울 속
5장 초조한 밤
6장 어둠과 충동
7장 무너진 마음
8장 공중 곡예
9장 애타는 꽃
10장 어두운 아침
리뷰
책속에서
이혼서류였다.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야……. 우리, 이젠 헤어지는 게 서로를 위한 일인 것 같아.”
익숙한 아내의 음성이 지독히 아득하게 들린다.
게이이치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아내의 외도를 눈치챈 다음에도 아내가 이혼 얘기만은 꺼낼 리 없다고 어딘가 자만하고 있었다.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란 다카코는 호적이 더러워지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했다. 그래서 이혼하지 않고 바람만 피웠던 거라고 생각했다. 이혼을 회피하기 위해서, 가정을 파괴하는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젊은 육체를 상대로 찰나의 쾌락만을 추구했던 게 아니었단 말인가?
도모키는 입을 헤 벌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게이이치를 쳐다보았다. 방금 전 하얀 칼날로 보였던 눈은 빛을 잃었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 옹이구멍이 두 개 뚫려 있는 느낌이었다. 다음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 관자놀이에 묵직한 통증이 날아와 게이이치는 비틀거렸다. 두 번째, 세 번째 주먹을 간신히 팔로 막아냈다.
“……얼굴은 건드리지 마라.”
겨우 웅얼거리자 강렬한 한 방이 명치를 파고들었다. 철퍼덕 주저앉은 아버지의 등과 옆구리를 아들은 거듭 집요하게 몇 번이나 걷어차고 나서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정면에서 휘몰아친 돌풍에 리노가 휘청거렸다.
게이이치가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은 것은 조건반사였다. 그저 리노의 고백 같은 말에 충격을 받아 망연자실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것뿐이었다. 하지만 한 번 붙잡으니 놓기가 싫었다. 그것은 자신의 뜻이었다. 품 안에서 싱그러운 존재감을 발휘하는 스물네 살의 육체를 끌어안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본능이 품에 안으라고 명령했다. 강풍 속인데도 불구하고 넘실거리는 달착지근한 젊은 암컷의 향기에 게이이치의 수컷이 눈을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