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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01276816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새겨울
새겨울
1991
흐르는 말들
어쩌다 대학원
음악도시 위로 흐르는 원더풀 라디오
준비가 무의미해질 때
이상적인 경청의 세계
포착하기
엽서-되기
완벽한 삶-책
삶을 모르는 사람
삶을 좀 아는 사람
4000주
밤 기차
2. 네모나고 다채로운 이 물건
성큼성큼 책 권하는 일
책만으로 친구가 되는 일
책 한 권 찾으려다 그 책의 씨를 말린 건에 대하여
고전 따라잡기 – 애서가라고 그걸 다 읽은 건 아니라우
책의 수명
혼란의 추억
나는 왜 SF를 읽는가
당신의 혼돈 속에 당신의 행복
친구의 책
애서가가 ‘우연히’ 책을 사는 방식
서서 읽는 만화책
작가 살려 최고 살려
출간을 한 주 앞둔 작가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만 찾아봐야 해 내 책 이름을
‘젊은’ ‘여성’ ‘작가’
몸을 짓는 일
3. 재미없는 사람
재미없는 사람
P의 오해
옆집 개의 사정
우리의 시절
작가의 이중생활
예고된 이별
클래식이라는 오래된 희망
안의 소리
시간을 정지시키는 주문
초보자 되어보기
일단 뛰어
커피라는 가짜 버튼
어드벤트 마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일도 사랑도 — 와, 이렇게 쓰니 정말 어른이 된 것 같다 — 힘차게 밀어보지 않고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남이 나에게 일을 주지 않으면 내가 일을 벌였고, 나를 전부 버리는 한이 있어도 상대에게 모든 걸 주려고 했다. 믿었던 일과 믿었던 사랑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었다. 어쨌든 돌아올 때는 뭐라도 배우는 게 있었다. 이를테면 무턱대고 믿음을 쏟아부으면 안 된다는 교훈이라든지(그래놓고 나는 또 속절없이 믿음을 쏟아붓곤 했다). 진자가 제아무리 제자리에 돌아온다고 해도, 진자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면 돌아올 때는 늘 새로운 자리가 된다. 공전하는 지구가 실은 태양계의 움직임 때문에 매년 다른 자리에서 한 해를 시작하듯이. 그래서 아직도 매번 힘차게 밀고 힘차게 자빠진다. 나는 미련 없이 움직이는 진자다.
_ <1991>
대학교에서 이중전공으로 철학을 선택하기까지 늘 철학의 영토 주변부를 맴돌았다.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동안에도 언젠가는 철학을 더 공부하리라고 생각했다. 나의 삶보다 큰 그 무언가에 나를 바치고 싶다는 생각, 그리하여 그 거대한 생각의 제전 속에서 웅크릴 자리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철학 텍스트를 읽고 생각하고 조사하고 글을 쓰는 과정은 삶의 다른 가능성을 기꺼이 잠시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황홀했고, 철학의 부름은 무슨 짓을 해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는 메아리처럼 느껴졌다.
_ <어쩌다 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