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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세계명작
· ISBN : 9788906702228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처음 만난 소녀
이상한 가족
뜻하지 않은 부름
시련의 시작
네로의 향연
사랑의 호소
리기아가 사라지다
괴상한 노인
물고기 암호를 풀다
단서는 잡혔으나
죽이면 안 돼!
원수를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의 고뇌
사랑의 확인
네로의 여행
트로이의 멸망
예술가 네로
불타는 로마
시를 읊는 네로
위기일발
비니키우스의 신앙
비겁한 자들
밀고자
그리스도교 신자의 학살
지옥의 소리
우르수스의 괴력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페트로니우스의 최후
네로의 최후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해는 벌써 티베리스 강 건너 야니쿨룸 언덕으로 지고 있었다. 붉은 석양이 백장미 넝쿨에 반사되어 두 사람의 얼굴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리기아는 막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푸른 눈을 들어 비니키우스를 바라보았다. 비니키우스는 리기아를 그윽히 바라보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 순간 리기아는 석양이 비친 비니키우스의 얼굴이 세상 어느 남자보다도 그 어떤 조각품보다도 훨씬 더 황홀하게 느껴졌다.
“내가 왜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비니키우스는 리기아의 손목을 가만히 잡으며 물었다.
“네, 잘 모르겠어요.”
리기아는 너무 작아서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황제는 눈을 위로 치뜬 채 비파를 들고 있었다. 순간 넓은 방 안에 이야기하는 소리가 그치고 사람들은 화석같이 조용해졌다. 바로 그때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더니 황제의 해방 노예 파온이 늘어진 커튼을 젖히고 나타났다. 뒤따라 집정관 레카니우스가 뛰어 들어왔다. 네로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폐하!”
파온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로마에…… 로마에 큰불이 났습니다. 시가의 반 이상이 무서운 불길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위급한 소식에 일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로는 비파를 옆에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아, 신이시여! 이제야 나도 타오르는 도시를 보고 <트로이의 멸망>을 완성할 수 있게 되었구나!”
네로는 집정관을 향해 물었다.
“지금 곧 떠나면 그 불구경을 할 수 있겠는가?”
우르수스는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경기장 한가운데에 우뚝 섰다. 우르수스는 사람이라기보다 돌로 만든 거대한 거인상 같아 보였다. 고요한 얼굴에는 야만인 특유의 우울함이 어려 있었다. 우르수스는 어린아이같이 거짓이 없는 파란 눈을 들어서 관중과 황제와 하늘을 올려다본 뒤 모랫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관중은 이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양처럼 온순하게 죽어 가는 그리스도교 신자는 지겹도록 보아 왔기 때문이었다. 만약 거인이 싸움을 거절한다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관중은 우르수스에게 야유를 보냈다. 심지어 채찍으로 때려서 싸우게 만들라고 소리치는 관중도 있었다.
별안간 나팔 소리가 울리고 문이 다시 열렸다. 관중은 ‘와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큰 들소 한 마리가 날렵하게 뛰어 들어왔다. 들소의 뿔과 뿔 사이에는 벌거벗은 여자가 묶여 있었다.
“리기아! 리기아!”
비니키우스는 소리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