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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20052149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12-02
책 소개
목차
오빠의 머리말 ― 한국의 텔레비전을 기록하려는 이유 • 004
동생의 머리말 ― 모두를 위해 열린 무대 • 013
1부 한국이 사랑하는 ‘바보상자’
・당신이 보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 026
・텔레비전 안테나를 부여잡고 • 031
・텔레비전이 시작한다 • 034
・전대미문의 할머니 해방구, AFKN • 037
・전국노래자랑, 너무 완벽해서 의심스러운 • 042
・예전에도 있었다, 쌍방향 텔레비전 • 046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 050
・애국가와 화면 조정 시간 • 054
2부 동방‘예능’지국에 ‘교육’ 한 스푼
・텔레비전 선생님 • 060
・책 대신에 • 065
・세상은 새로이 연결되어 가고 • 070
・텔레비전에서 만나는 새로운 교육 • 077
・누가 텔레비전에 나와야 하나 • 081
・언론 고시 • 085
・서울대학교가 텔레비전에서 제2의 개교를 • 091
・세계 최고 강의를 한자리에 몽땅 • 096
3부 텔레비전에 네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집 나가면 개고생 • 102
・막장의 재발견 • 106
・닥터를 낭만적으로 만드는 사람들 • 110
・연예인이 꿈이라는 초등학생 • 115
・아직도 부모들은 확신한다, 텔레비전은 나쁘다고 • 118
・국민 배우, 국민 가수 • 122
・안녕, 푸바오 • 126
・전쟁과 텔레비전 • 130
4부 텔레비전의 스핀오프는 현재 진행형
・어머, 착하게 생겼다 • 140
・메타버스는 멀리 있지 않다 • 145
・어쩔TV • 149
・유튜브는 텔레비전의 충실한 스핀오프 • 153
・뉴클래식, 텔레비전 • 157
・값을 지불하시오, 제대로 즐기려면 • 162
・아버지의 아들, 시청자의 아들 • 170
・텔레비전이 우리 놀이터 • 175
5부 그리고 다시 텔레비전으로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 • 182
・진화하는 시청자 • 187
・TV 속 사람들 • 193
・텔레비전의 생애 한가운데에서 • 198
・연예인의 반대말, 일반인 • 202
・한국에서는 누가 가위를 드나요 • 207
・블랙홀 • 212
・좋은 당신, 그렇게 사라지지 마라! • 217
・시간 편집자들 • 222
나오며 ― 함께 만들어 온 텔레비전, 같이 가야 할 미래 • 228
미주 • 235
이 책을 읽고, 더 찾아보고 싶은 당신을 위해 • 228
리뷰
책속에서
어느 아이에게나 그렇겠지만 동생이 생긴다는 것은, 이 세상에 없었던 무언가가 지구 밖 우주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내게 텔레비전이 보여 주는 세상은 바로 그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이었다. 인류가 달을 탐험하다니! 이제 겨우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던 나는 텔레비전과 현실에서 두 개의 우주를 동시에 맞이했다. 만약 우주로 가는 문 같은 것이 있다면 내게 그것은 텔레비전이어야만 했다. 생각해 보라.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아이가 생겨나는 것만큼이나 신비로운 광경, 그 놀라움이 스위치 하나로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이제 다섯 살 아이의 눈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현실도 이만큼 충격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텔레비전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보고, 텔레비전으로 꿈꾸며 자라난 텔레비전 키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텔레비전은 특정한 사람들만의 무대가 아니다. 그렇게 된 지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는 벌써 50년도 더 전에 텔레비전으로 대학 교육을 송출하기로 결심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곧바로 실행에 옮긴 참으로 대단한 나라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텔레비전은 바보상자도 아니고 딴따라의 전유물도 아니다. 한국 사회에 일찍이 없었던 새로운 산업으로서 이미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텔레비전이 절대 담을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이제는 속속 그 안에 탑재되고 있다. 최근 높아진 한국의 위상에는 텔레비전이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이걸 모르냐고? 아니다. 사람들은 막연히 알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는 근미래에 전혀 다른 결과를 낼 것 같다. 예전에는 없었던 커다란 무엇인가가 곧 텔레비전에서 쏟아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아는 아이들과 모르는 아이들은, 또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우리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한국인들이 시청했다는 점에서 AFKN이 끼친 영향력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1957년에 개국하여 1996년에 VHF 채널을 반환하기까지 40년 동안 한국인 상당수가 시청했기 때문에, 어쩌면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문화의 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텔레비전이 보여 줘야 할 대중문화란 무엇일지 당시에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겠지만, 우리 할머니들을 비롯하여 우리 가슴속에는 이미 어떤 불이 지펴졌다. 혹자는 이를 “한국에 미국 문화를 전파하는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파이프라인”이라고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문화적 변방이었던 한국이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 문화를 이해하고 따라가며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심지어 시골에 계셨던 그 할머니들까지. 그 답은 바로 텔레비전에 있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