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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5132433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웰컴 투 효우월드
제2장 인기 만발 신입사원
제3장 생긴 게 딱 미남계 스파이
제4장 대표님께 말짱한 정신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제5장 하프타임
제6장 She’s The One
제7장 창과 방패의 법칙
제8장 센 척 공주
제9장 사랑은 차가운 거래
제10장 폭풍 속의 두 사람
제11장 두 얼굴의 제이
제12장 자발적인 연애
제13장 RE [riː-] : 뒤에, 다시
제14장 My Precious, 『The One』
에필로그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미남…… 계라고 하셨나요?”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한쪽만 슥 올라간다. 동시에 고개가 아래로 떨어졌다. 얼굴 옆선으로 그의 시선이 직선으로 날아와 박혔다. 효우는 이유도 없이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슬그머니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이런 얘기, 해선 안 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주위 사람들에게 충고해 줄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왜 지금은, 그의 앞에서는 이리 당황하게 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쪽 분들 챙기는 건 관행이라 들었습니다만, 그것이 미남계를 쓰는 걸로 오인 받을 수도…… 있군요?”
“내 말은…… 그러니까…… 난 감정에 호소하여 일을 해결하려는 건 근본적인 문제점을 뿌리 뽑을 수 없다 말하고 싶은 거예요. 지금 우리 회사가 이렇게 휘청거리는 건 파워가 달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낼 파워, 잡지사들의 선택을 이끌어낼 메리트. 우린 LK생건과의 싸움에서 밀리고 있어요. 자본에서 밀리고, 매출에서 밀리고, 화제성에서도 밀립니다. 제품력 하나만 믿고 이대로 가다가는 LK생건뿐 아니라 다른 후발 주자들에게도 밀리게 될 겁니다. 단지 광고 지면 몇 컷 되찾아오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
“물론 끝까지 굽히고 들어가진 않을 겁니다. LK생건이 이런 식으로 치졸하게 압박하는 건 우리에게 병합을 강요하는 것이고, 이러한 일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어 왔습니다. 난 그 압력을 잘 버티고 견뎌 여기까지 온 거고요. 앞으로도 난 똑같이 견뎌내며 돌파할 거고,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버텨낼 겁니다. 전부터 추진해 온 사업 구상안에 좀 더 박차를 가할 거예요. 또 현재의 제품력을 좀 더 끌어올려서 샤이닝은 해외 어느 명품 라인한테도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도록 할 겁니다. 일은 그렇게 풀어나가야죠. 잡지사가 자발적으로 우리 회사의 광고를 싣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만드는 거,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최상의 결과잖아요?”
“…….”
“광고팀장의 마음을 사로잡아 일시적으로 지면 몇 컷 얻어내는 것보다는 그게 더 확실하고 옳은 길이라 생각합니다. 자기 매력을 팔아 일을 해결하는 건 임시방편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는 없어요. 게다가 그건 일적으로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찬현 씨에게도 굴욕적인 일이잖아요. 안 그래요?”
효우는 구차하고 불필요하게 들릴 수도 있는 설명을 나름대론 잘, 쿨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분하게 동의를 구하는 그녀의 반문에는 아무런 답도 날아오지 않았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꾹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곤 알쏭달쏭한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쭉 지속적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효우는 이 밀폐된 공간이 점점 더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콩알만 하게 오그라드는 기분이다. 진공 상태가 아닐까 싶을 만큼 엘리베이터 안은 고요했고, 더불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그의 존재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눈동자는 갈지자로 왔다 갔다 흔들렸고, 손은 식은땀이 배어나 축축해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와 닿은 얼굴 한쪽 면은 따끔거려 타버릴 것만 같았다.
도대체 이 미친 화학 반응은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러는 거냐고!
“대표님?”
숨을 쉬는 것에 집중하며 아랫입술만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을 때였다. 낮고 굵은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부드럽게 울렸다. 더 이상 쪼그라들 수 없을 만큼 작게 움츠러들었다 생각했던 심장이 더욱 쥐어짜이며 위축되었다. 숨을 가슴에 가두고 입을 꾹 다문 채 효우는 휙 고개를 돌려 그를 돌아보았다.
발그레한 그녀의 두 볼, 그곳을 그의 뜻 모를 시선이 조심스럽게 핥고 지나갔다.
“문이, 열렸는데요.”
“……?”
“나가시죠.”
그제야 효우는 깨달았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는 것을. 그가 또다시 예의 그 기분 나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음을.
비웃고 있다, 확실히.
‘이 남잔 날 비웃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