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프롤로그

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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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장

에필로그
작가후기

자정이 가까워올 무렵에야 한주는 진형이 혼자 살고 있는 그만의 성으로 돌아왔다. 대문은 그녀가 돌아오길 기다리듯 활짝 열려 있었고, 정원의 가로등 역시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하나 막상 저택 안의 불은 완전히 꺼져 있었다. 벌써 자고 있는 걸까?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주는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구두를 벗었다. 실내의 불은 꺼져 있지만, 정원에서 비쳐드는 조명 탓에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그녀는 발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자신의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다신 안 올 줄 알았어요.”

한주는 흠칫 놀라 소리가 나는 거실 소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침하리만큼 낮게 깔린 쉰 음성, 진형은 다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소파위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비워진 양주병과 호박색 액체가 담긴 언더락스 잔이 놓여있다. 언뜻 보기에도 그는 적잖이 만취해 있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한주는 황급히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는 고개를 들더니 원망이 가득 배어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술 냄새가 코에 확 끼쳐왔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형형히 빛났다.
순간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할 만큼 한기가 엄습한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