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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4979050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5-09-04
책 소개
목차
어떤 독백
1장 꽃봉오리와 비
2장 꽃과 바람
3장 가시와 뱀
4장 씨앗과 새
5장 재와 바다
역자 후기 
책속에서

“돌아가셨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리나코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네?”
“어머니 말이야. 왠지 지금도 바로 옆에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상하지.”
딸이 할 법한 자연스럽고 정감 넘치는 말이다. 할머니가 계모라고는 하지만, 리나코는 생모에 관한 기억이 없다. 동생 리야코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리나코의 아버지가 재혼했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는 할머니가 실질적인 어머니였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가까이서 지켜봐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말 아닌가?
그러나 리세는 왠지 리나코의 말에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리나코는 절대 할머니가 곁에 있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존재를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있다.
“확실히 많은 사람이 죽긴 했지만, 신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그만큼 많지 않을까.”
마사유키는 발을 멈추고 리세를 돌아보았다.
“혹시 기독교 신자?”
“으응, 아냐.”
“그러니? 다행이네. 화났나 해서.”
“설마.”
리세는 쓴웃음을 지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요컨대 선이건 악이건, 인간은 자신들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절대적인 존재를 만들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그 절대적인 존재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고 살리는 일이 리세에게는 별로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그 절대적인 존재를 위해 산다는 점에서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