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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25532288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1권
제1장 귀사리(鬼思里)
제2장 액막이
제3장 뺑소니
작가의 말
2권
제4장 액귀(縊鬼)
제5장 사령자(死靈者)
제6장 오뉴월에 내리는 서릿발
4권
제8장 문이 열리다
5권
제9장 영들의 침공
제10장 길 잃은 영혼들
6권
제11장 영적전쟁
제12장 망각의 강, 레테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순영은 주머니를 뒤져 육신의 본래 주인인 정섭의 휴대폰을 끄집어냈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는 휴대폰이 일반화되지 않아 직접 써본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낯선 물건은 아니었다. 영으로 존재하면서 인간들이 휴대폰 쓰는 걸 늘 봐왔기 때문이다. 단지 직접 사용하지 않았을 뿐 그녀는 이미 그 물건에 익숙했다.
그녀는 폴더를 열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남자의 목소리인데다 성대를 울리며 소리를 낸다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근심이 잔뜩 서린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희 아빠? 수희 아빠 맞아?
순영은 그제야 자신이 확실하게 인간이 됐고 현실적인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아마도 목소리의 주인은 지금 자신이 빼앗은 육신의 마누라쯤 되는 모양이었다. 여자는 남편의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물었다.
순영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래, 나야.”
리더가 사령자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놈을 잡아! 육체적인 죽음은 두려워하지 마! 내가 언제든 또 다른 싱싱한 육신을 구해줄 테니까.”
놈이 물러서자 사령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리더의 말대로 그들의 눈빛엔 죽음에 대한 공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용만은 난감하게 사인검을 움켜쥐고 있다가 리더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말대로 비록 껍데기만 인간일지언정 이들을 없애는 것과 영들을 없애던 건 분명 다른 문제였다. 용만은 어쩔 수 없이 검을 칼집에 꽂았다. 용만은 사인검 대신 커다란 주먹을 휘두르며 무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바탕 치고 받는 격투가 벌어졌다.
용만은 주먹으로 사령자들을 후려치고 닥치는 대로 발로 걷어찼다. 마치 서부활극에 나오는 장면처럼 용만 한 사람과 수십 명의 사령자들이 서로 뒤엉켜 격투를 벌였다. 하지만 용만이 아무리 때리고 밀치고 발로 차도 그들은 프로그램 된 기계처럼 꾸역꾸역 다시 몰려들었다. 용만이 스러지기 전엔 절대로 끝이 나지 않을 싸움이었다.
잠자코 지켜보던 연옥이 끼어들었다.
“너희들은 중음과 저승이 어떤 곳인지 몰라. 하나의 시공간엔 하나의 영혼만 존재해. 영혼의 정체성이란 곧 기억. 박찬수가 사라진다는 건 그가 가지고 있던 이승의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영혼들은 망각의 강을 건너는 순간 기억을 잃어버려. 전생 따위는 기억할 수 없지. 나도 전생의 기억은 없다. 사람이었는지 짐승이었는지. 전생과 후생의 영이 충돌하지 않는 건 그 때문이야. 하지만 혜윰은 달라. 그는 망각의 강의 뱃사공이다. 망각의 강을 건너가도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란 말이야. 그래서 혜윰은 세상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 자신의 전생은 물론 그가 망각의 강을 건네준 모든 영혼의 기억과 세상의 운명을. 그래서 가라말이 찾는 거다! 그가 찾고 있는 건 내가 아닌 혜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