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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25567174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19-07-12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장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다
나의 고향, 한반도의 유배지
죽어도 죽지 않는 신, 김일성
고난의 행군인가, 미공급 사태인가
도둑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절
지상의 지옥, 정치범 수용소
달리는 석탄열차에 올라타는 사람들
2장 팔다리를 잃은 소년
운명의 밤, 1996년 3월 7일
마취 없이 수술대에 오르다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자식을 버리면 그게 부모입니까
처절하게 살아남으라
3장 세천역의 꽃제비들
나의 새로운 전쟁터, 세천역
꽃제비, 반란을 일으키다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첫 탈북
북한의 청년 사업가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4장 1만 킬로미터의 여정
독약을 품고 집을 나서다
두만강을 건너, 국경을 넘어
광활한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다
치앙마이의 감옥에서 발견한 글귀
다시 한 번 두 발로 세상을 걷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딛고
5장 북한 땅에 자유의 봄을
살아 있는 양심, 나의 친구 로버트 박
Freedom for North Korea
정권의 피해자에서 인권의 옹호자로
서울 하늘 아래 ‘작은 북한’을 만들다
미국으로 간 꽃제비들
나의 목발이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를
에필로그 내가 닿은 포구는 어디인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팔다리를 잃기 전에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이 꿈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결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오산덕 어딘가에 묻었다는 내 팔다리처럼 나의 꿈도, 나의 미래도 검고 어두운 땅속에 묻힌 것이다. 곧이어 의사가 내 뺨을 때리며 집요하게 물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너는 왜 살아야 하느냐?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그만큼 나쁜 일이다. 나치만 나쁜 것이 아니라 나치의 만행에 침묵했던 모든 사람들 이 나쁜 것처럼.”
그들은 북한에서 1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나라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경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그들은 나를 용기 있다고 추켜세웠지만 나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들은 나를 비난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비난했다. 그들이 말하는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나는 북한 정권이 얼마나 나쁜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그러면서 외면하고 침묵해온 사람이었다. 동훈도 내게 같은 말을 했었다.
“알면서 아무것도 행하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항변했다.
“김정일이 죄인이지 내가 왜 죄인이야? 나는 북한 정권의 피해자일 뿐이야.”
나는 이제야 동훈의 말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침묵은 곧 가담이었다.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통일이 되고 나서 북한 주민들이 이렇게 묻는다고 생각해봐. 내 아버지가 고문으로 죽었을 때, 내 어머니가 굶어 죽었을 때, 어린 동생들이 산속에서 독초를 먹고 죽어갈 때, 그때 당신은 뭘 했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래서 행동해야 해. 훗날 그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