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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25588865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1-05-07
책 소개
목차
하구
서늘한 여름
알 수 없는 일들
칼레파 타 칼라
약속
익명의 섬
비정의 노래
그 세월은 가도
귀두산에는 낙타가 산다
해설_울지 않는 사내의 울음/ 허희(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것이 바로 가난이다. 더구나 너희들이 받는 괴로움은 대개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원하는 데서 온 것이고, 또 잠시 동안이다. 돌아가면 부유한 아버지 어머니가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꼭 필요한 것, 예를 들면 먹을 것이나 입을 옷이나 살 집 따위마저 없어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언제 그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확실한 기약도 없이. 너희들이 몇 시간 동안 받는 이 괴로움에는 비할 수가 없지…….”
-「서늘한 여름」
아테네의 아고라에 해당하는 그 도시의 광장으로 맨 처음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막연한 동조에 이끌린 시민들이었다. 혼자로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바를 드러낼 말솜씨도 배짱도 없는 그들은 처음에는 가까운 이웃끼리 티라나투스에 대한 의심을 수군대다가 나중에는 네댓 명씩 짝을 지어 광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다스린다는 것은 어떻게 하든 완전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누구든 사소한 불만을 한둘쯤은 통치자에게 가지기 마련이었는데, 그것을 모여 털어놓는 동안 서로 간에 이상한 심리적 고양(高揚)을 느끼게 된 탓이었다.
-「칼레파 타 칼라」
그녀들은 마치 서로 다짐하듯 그렇게 끝을 맺었는데 그 어조에는 어딘가 공범자끼리의 은근함이 있었다. 그제야 나는 깨철이의 숨겨진 무서운 면을 본 느낌과 함께 마을 아낙네들이 가장 경멸스럽게 그를 얘기할 때조차도 그 뒤에서는 이상한 보호 본능 같은 것이 느껴지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깨철이가 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하루 세끼 밥과 누울 잠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절반 이상이 그런 아낙네들에 힘입은 것이리라. 그러나 나머지 절반, 즉 남자들이 그와 같은 깨철이의 존재를 묵인하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익명의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