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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88927801573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0-12-03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저 여기에 있습니다
1장. 사랑과 평화, 그 씨앗을 뿌린 사람들 - 성 라자로 마을과 신부들
맨손으로 대학을 세우다 - 진성만 베드로 신부
너 어디에 있느냐 / 길 잃은 나를 이끌어준 은인 / 아흔 넘은 소년 / 맨손의 기적
나환우에 생을 바치다 - 이경재 알렉산델 신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악수 / 아버지의 이름으로 / 그들이 있는 곳이 내가 갈 곳 / 치유의 기쁨 / 사랑의 심장은 멈추지 않는다
라자로 마을에 꽃을 피우다 - 김화태 제르바시오 신부
그대 있음에 / 30리의 인연 / 꽃을 건네받은 손 / 라자로 하늘을 닮은 눈 / 헌신의 즐거움에 취하다 /
바람 부는 들판에 서 있어도 / 더 고요하게, 고요하게
북녘 땅에 희망의 불을 밝히다 - 김병일 요셉 신부
운명처럼 받은 소명 / 로마에서의 부끄러움 / 그곳에도 빛이 내려오길 /
2장. 사랑하고 용서하라 - 김수환 추기경을 추억하며
기적을 남기고 떠나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구름을 뚫고 나온 십자가 / 편치 않은 대화 / 모두의 죄를 씻어주소서
화해의 물꼬를 트다
여러분이 증거할 차례 / 교황의 안수 / 불편한 만남 / 축하하는 사람이 승자다
3장. 이제는 화해하고 용서할 때 - 한국 사회에 보내는 편지
너 어디 있느냐
왕복 티켓을 받아들고 / 새로운 인생의 ‘큐’사인 / 애국심 부족한 앵커라고? / 임자, 할 말은 해야지 /
대통령과의 이상한 식사 / 오늘은 별 볼일 없습니다 / 호암의 선물
변신과 추락, 다시 비상을 꿈꾸며
사라진 마이크, 앵커는 어디로 / 불신의 씨앗 / 어려움에 처해야 우정을 안다 / 시린 정치의 계절
정치를 그만두라고? / DJ와의 대담 / 후폭풍은 거셌지만 / 라자로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
모든 게 인과요, 업이다 / 지켜지지 못한 약속 / 대통령의 부탁 / 영원한 적은 없다
맺음말. 화해와 용서 가득한 사회를 기다리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구약성서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이 사람에게 “너 어디에 있느냐?”창세기 3:9고 묻는다. 그런데 아담은 주 하느님이 두려운 나머지 “예,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선뜻 나서지 못한다. 창조주 하느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참으로 두려운 존재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예수를 믿겠다’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50여 년 전 세상천지 무서운 줄 모르고 하느님 앞에 꿇어앉아 무턱대고 “예,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예수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별 탈 없이 77년, 즉 희수를 그분 덕에 용케도 잘 살아왔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희한하고 기적 같은 일이다. 1959년 10월 24일, 나는 예수회 소속 진성만 베드로 신부님께 영세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신부님은 그때 나에게 ‘다위David'라는 영세명으로 세례를 주었다. 그러면서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예수 열심히 믿어요” 하면서 베드로 성인의 말씀을 일러주었다. 나도 지나가는 말처럼 “네, 알겠습니다. 신부님, 예수 열심히 믿을게요”라고 대답했었다.
그때는 ‘구라주일救癩主日, 나환자의 날이란 게 있었다. 우리는 신부님과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걸 행각을 했다. 어깨띠에는 ‘성 라자로 마을, 라자로 돕기회’를 선명하게 새기고 돌아다니면서 나환자가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무언중에 알렸다. 명동 대성당 강론대에 선 이경재 신부는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깨면서 일갈했다.
“이 사람들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처참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겁니까? 무슨 못 볼 것을 봤기에 앞을 못 보고,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기에 손가락도 없고…… 얼굴은 저렇게 험상궂고 입은 삐뚤어지고…… 돼지우리 같은 데 살게 하고, 찌그러진 양재기나 깨진 개밥 그릇에 먹다 남은 찌꺼기나 챙겨 먹어야 합니까?”
명동 성당 안의 분위기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2차 봉헌 때 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나는 신자들의 표정을 살펴봤다. 모두 놀라고 감동한 모습이었다. 어떤 이는 고개를 숙인 채 스스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TV로 전국에 생중계된 미사 강론에서 김 추기경은 옷소매에서 뭔가를 꺼내 들고는 작심한 듯 박 대통령의 정권 연장 의도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중략)
추기경은 그날 밤 작심한 듯 말했다.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마침 잠이 안 와 그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박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면서 방송을 당장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아기 예수 탄생, 이웃 사랑 실천 등 판에 박힌 소리만 들어오던 많은 국민들이 깜짝 놀라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청와대에서 불호령이 떨어져 생방송 중계를 끊어야 할 카메라 PD 등 제작 요원들은 성당 근처 술집이나 식당에서 한잔 걸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마침 중계 책임자가 그 자리에 없는 바람에 즉각 중단되지 못하고 추기경의 말은 거의 다 전국에 생방송되고 말았다. 추기경은 나중에 기자들에게 그날을 회고하면서 “저 때문에 언론인들이 희생되었는데, 참 안됐다”며 회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