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배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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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배달 왔어요! 54
작가의 말 63

이제 곧 아빠가 올 거예요. 아빠는 총알처럼 배달을 하거든요. 나는 다급해져서 민준이에게 베란다를 구경시켜 달라고 했어요.
“베란다에 구경할 게 뭐가 있어?”
민준이 엄마가 또 말렸어요. 아, 나는 지금 화장실 구경이라도 하고 싶다고요. 당장 거실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요.
딩동딩동!
“짜장면 배달 왔어요!”
아빠 목소리예요. 민준이 엄마가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는 얼른 뒤돌아 섰어요.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어요.
“오늘 처음 시키셨네요. 아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회원 카드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아빠 목소리가 민준이네 거실에 쩌렁쩌렁 울렸어요.
두리각 회원 카드는 아빠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거였어요. 두리각 회원이 되면 음식을 시킬 때마다 포인트가 쌓여 나중에 공짜로 탕수육을 먹을 수 있어요. 그뿐 아니라 한 번씩 깜짝 추첨을 해서 당첨된 회원은 두리각 무료 식사권을 주기도 해요. 그래서 두리각 회원 카드는 인기가 엄청 많아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두리각 회원이에요.

철커덕!
음식을 꺼내고 철가방 닫는 소리가 들렸어요.
“얘들아, 거기서 뭐 하고 있어? 이것 좀 식탁으로 들고 가자.”
민준이 엄마가 소리쳤어요. 어른이 말하는데 버릇없게 대답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정말 이를 어쩌면 좋아요. 나는 대답 대신 뒷걸음질 쳐서 민준이 엄마가 있는 쪽으로 살살 걸어갔어요.
아빠가 내 뒷모습을 알아보면 어떻게 하지요? 에이, 설마 앞모습도 아니고 뒷모습인데 알아보겠어요? 그리고 오늘 입은 옷은 이 학년 첫날이라고 어제 엄마가 새로 사준 옷이에요. 오늘 아침에 아빠가 못 봤을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