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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2934
· 쪽수 : 544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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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무슨 술을 그렇게 급히 마십니까? 술로도 체할 수 있어요.”
우빈의 말은 맞았다. 다만 체하기 전, 먼저 취했다는 게 다를 뿐이었다.
“실례할게요.”
서우는 머리가 어질해서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일깨워지기 시작한 감정들이 조금은 무뎌지리라 여겼던 건 완전 실수였다. 오히려 알코올로 인해 감각도, 감정도 날카롭고 예민해졌다. 그래서 우빈의 향기가 더 진하게 느껴졌고, 그의 존재감에 미친 듯이 마음이 들썩이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미친 존재감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건지도.”
서우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새삼 그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남자만 보면 얼어 버려 대인기피증 초기 증상마저 있구나 싶었던 그녀에게까지 이런 감각을 느끼게 하다니 말이다.
“마음만 먹으면 유혹하지 못할 여자가 없겠는걸.”
“그래서 유혹이 되었습니까?”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서우의 귀에 우빈의 목소리가 날아와 꽂혔다. 그리고 그가 내뿜는 머스크 향이 후각을 파고들어 왔다.
서우는 깜짝 놀라 몸을 틀다가 현기증이 일어나 손으로 벽을 짚었다. 아니, 벽을 짚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벽처럼 단단하긴 했으나 부드럽고, 동시에 따스했다.
“유혹이 되었냐고 물었습니다.”
서우의 손바닥이 닿아 있는 부분은 눈부시게 하얀 셔츠로 감싸인 우빈의 가슴 부근이었다. 서우는 우빈의 가슴에 닿은 손을 치우려 했지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는 그의 행동이 더 빨랐다.
“대답!”
우빈에게 잡힌 손목이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려 왔다.
서우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겉옷을 벗어 하얀 셔츠 차림인 우빈은 하얀 옷 때문에 아름다운 눈빛이 유독 더 돋보였다.
“……네.”
우빈의 눈빛은 일체의 거짓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빛나고 있었고, 서우는 솔직히 답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거 같았다. 그의 눈빛이 그 이외의 대답은 용납할 거 같지가 않았다.
“다행입니다. 혹시 나만 그런 건 아닌가, 걱정했거든요.”
우빈은 눈으로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만져 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래서 서우는 평소의 그녀라면 절대 못 했을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이미 유혹되었으니 더 보태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만.”
손을 뻗어 자신의 눈가를 만지는 서우의 모습은 모든 생각을 일시에 없애 버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눈가에 닿아 있는 손을 번개같이 낚아챈 우빈은 붉은 물이 뚝뚝 흘러넘칠 거 같은 그녀의 입술을 맘껏 탐하고 싶은 욕구와 치열하게 싸웠다.
“죄, 죄송해요. 눈이 너무 예뻐서 저도 모르게 그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혼을 빼놓을 정도로 매혹적인 모습으로 눈가를 쓰다듬던 여인의 모습은 또다시 단단한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흔들리는 시선을 감추고자 고개를 숙이는 서우의 모습은 어쩐지 애처롭고 가련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주 냉탕과 열탕을 순식간에 오가는군요.”
우빈은 속에서 치솟는 열기를 지르밟았다. 지금 그녀에게는 더 이상 뭔가를 바라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게 감정적인 문제든, 육체적인 것이든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