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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2732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4-04-25
책 소개
목차
엘리베이터
골프백
스토킹
개죽음
춤추는 소녀
다리 위에서
불타는 아이
톨게이트
개구리 남자
해설 이창異窓 · 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무서워하지 말아요. 누나. 여긴 아무것도 없어요.”
“알아. 아무것도 없어.”
그래도 그녀의 몸은 계속 떨렸다.
왜 안 되지? 그녀는 생각했다. 아버지의 컴퓨터에는 비밀번호가 걸려 있었다. “왜 안 돼, 아빠? 그냥 보기만 하는 건데.”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근데 왜 못 보게 해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한다경의 아버지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봐서는 안 되는 거야.”
―「골프백」
상징은 바로 그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어줍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우연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일이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난다는 걸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징이 언제나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또 누구에게나 성공하는 것도 아니죠. 그 상징이 실패할 때, 상징조차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지 못했을 때, 그다음에 무엇이 그 자리에 나타날까요? 유령입니다.
―「스토킹」
진환은 언제라도 윤기가 다시 5백 원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있다고 대답하고, 5백 원을 주려고 생각했었다. 그건 고작 5백 원짜리 동전 한 개였으니까. 매일 그런다 해도, 일주일이면 2천5백 원, 한 달이면 만 원, 남은 학기를 더해봐도 결코 10만 원이 넘지 않는다.
물론 이야기는 결코 그렇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간단한 계산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환은 그렇게 결정했다. 왜냐하면 윤기가 실제 원한 것도 5백 원이 아니었을 테니까.
문제는 단지 진환이 거짓을 말했다는 것, 5백 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울 앞에서 아니라고 대답한 데 있지 않았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결정을 빼앗겼다는 데 있었다.
윤기는 말했다. 내일은 진환이 5백 원이 있을 것 같다고.
그것이 사실일까?
―「불타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