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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1025774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5-09-19
책 소개
목차
달과 6펜스
작품 해설
윌리엄 서머싯 몸 연보
책속에서
그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기도 하고, 사로잡기도 한다. 이제 그가 비웃음거리가 되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를 변호한다고 해서 별난 사람 취급을 받지도 않고, 그를 극찬한다고 해서 외고집 소리를 듣지도 않는다. 그의 결점이 오히려 그의 장점을 보완하는 요소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지금도 예술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가 이러니저러니 떠들어댈 수는 있지만, 사실 그를 찬미하는 자들의 아첨이나 그를 비방했던 자들의 멸시나 변덕이 심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결코 의심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 있다. 바로 그가 천재였다는 점이다. 나는 예술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예술가의 개성이라고 생각한다. 개성이 독특하기만 하다면야 수천 가지 결점이 있다 한들 기꺼이 용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미술연구가인 동시에 정신병리학자였으므로 잠재의식 속에 숨어 있는 비밀까지 꿰뚫어볼 수 있었다. 어떠한 신비주의자도 평범한 상황 속에서 그만큼 깊은 의미를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신비주의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보고, 정신병리학자는 잠재의식 속에 숨어 표현되지 않는 것을 본다.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것이 남편을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험담이 두려워서인지 나는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그 부인의 비통한 가슴속에 들끓고 있는 버림받은 사랑에 대한 고뇌 역시 내가 천박하다고 여기는 상처받은 허영심에서 오는 고통과 뒤섞인 건 아닌가 하는 의혹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나는 아직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성실성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위선이 들어 있고, 고상함 속에 얼마나 많은 비열함이, 그리고 패륜 속에 얼마나 많은 선량함이 내재해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