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1574500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0-01-05
책 소개
목차
책의 머리에
낙엽이 질 때까지
그리움
흑백 영화
닥터 지바고
산골 소녀와 고시생
워낭 소리
선배의 자살
메밀묵과 찹쌀떡
설날
가난한 날의 추억
아버지 사랑합니다
진료실 풍경
새해 아침에
단골유감
정관수술과 임신
말년 신혼
행복
휴가
짧은 단상
어느 목수의 이야기
참 사랑
두 노인 이야기
빛과 어둠
내려놓음
가족
나는 행복한 사람
딸에게 보내는 편지
러브스토리
주례사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아버지학교
정서적 이혼
아버지의 뒷모습
기러기 아빠
원조교제
성
아무도 말하지 않는 죄
섹스 중독
마시멜로 이야기
이유 있는 불륜
그녀의 신음소리
오럴섹스와 변태
크기를 논하지 말라
발기부전
혼전 순결
중년의 위기
황혼의 첫사랑
소망
저자소개
책속에서
9년 전 옆에서 개업 중이던 선배가 환갑을 지낸 후 바로 몽골로 갔다. 잘 운영되던 병원도 과감히 접고 떠난 것이다. 선배는 결연을 맺은 그곳 병원에서 8년째 무료 진료를 하고 계신다. 몽골에서의 한 달 생활비는 아주 호화롭게 살아도 15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자녀들이 독립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염려와 더 소유하려는 마음 때문에 행복한 삶을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몽골에 갈 때마다 뵙는 선배님의 얼굴은 평화 그 자체였다. 일주일에 두 번 양로원을 찾아 노인들을 목욕시키고 환자를 돌보며 바쁘게 지내지만 시간을 내서 몽골의 초원을 자동차로 달리거나 자전거로 달리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번 여름에는 자전거를 타고 함께 여행이나 가지.”
자전거를 타고 초원을 가로질러 하루 8시간 이상, 10일 동안 가야 하는 여행이다. 목적지에는 남한만한 크기의 호수가 있는데 그곳에 가려면 중간 중간 식사를 만들어 먹어야 한다.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해야 하고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자야 한다.
“평화를 얻으려면 자신을 내려놓아야 해.”
선배의 음성이 내 영혼을 깨운다.
- <내려놓음> 중에서
그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데 아이스케키 통을 둘러멘 사람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버지였다. 비가 오는 날 아이스케키를 찾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지만 ‘아이스케키’를 외치면서 빗속을 다니고 계셨다. 그 당시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 아이들이었지 50대 후반의 나이든 사람은 없었다. 당시 아버지의 연세가 지금 나와 같은 50대 후반이었지만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지금의 나보다 더 노인같이 보였다. 나는 친구에게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숙인 채 아버지를 피했다. 비 오는 날 ‘아이스케키’를 외치는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친구는 아는 사람이냐고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전에는 노동판에 나가 날품을 팔았으나 장마철에 일이 없어 손을 놓고 계시던 중이었는데 밥을 굶는 자식들의 생존을 위해 무언가 하시려고 케이크 통을 멘 것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노동판으로, 나중에는 아이스케키 통을 메신 아버지.
- <아버지, 사랑합니다> 중에서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학비도 보내주지 못했다. 환자가 줄어 병원을 처분하고 이 병원 저 병원 대진의로 1년을 보냈다. 인터넷에 “19**년생, 산부인과 전문의, 나이보다 젊게 보입니다. 성실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자신을 알리면서 한 달에 20일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일했다. 그때그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돈을 아꼈다.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 있는 아내로부터 메일을 받았는데, 아이들도 이제 대학을 졸업하였으니 이혼하여 각자의 삶을 살자는 내용이었다. 결혼한 지가 20년이 넘었지만 자녀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같이 산 기간보다 떨어져 있는 날들이 더 많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아내는 2년 전부터 다른 남자를 만났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이성 친구를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동료 의사는 끊었던 술과 담배를 다시 시작했는데 대부분 폭음으로 끝났다. 술이 취해서 간혹 울 때에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 <아버지의 뒷모습>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