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탄생

책머리에

제1부
놀부적인 것
오빠의 탄생
식민지의 '트라데 말크'

제2부
<무정>의 패션
실험실의 야만인
미두·온천·영어
영문법·스포츠·사이보그

제3부
육체, 이상(李箱)의 유리창
공복의 유머

제4부
만주와 친일 로맨티시즘
몸뻬와 야미
노래를 넘어, 노래의 시대를 넘어

이렇게 이념적이거나 정서적으로 통일된 청년의 장을 형성했던 오빠-누이 구조는 파멸된다. 대동아공영의 이상에 투신한 조선과 일본의 열광적인 두 오누이(이광수, 「진정 마음이 만나서야말로」)가 잠시 부활한 이후, 오빠-누이 구조는 「오발탄」이나 「비오는 날」 등으로 깨어져갔다. 옛 애인을 오빠 삼으려는 유부녀 영애의 발상은 이러한 파탄(?)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증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오빠와 애인은 예전과는 다른 의미에서 대체 가능한 말이 된다. 더 이상 그것은 청년적 이념에 매개되지 않는다. 오빠를 통해 오빠 친구를 애인 삼고, 오빠 친구를 통해 혈연 관계와는 다른 오누이 관계를 맺는 청년의 활동은 끝났다. 이제 '옵바'는 남성과의 성적 관계 및 그것이 환기하는 음란한 감각을 은폐해주는 말이 된다. 이는 '옵바 현상'이라고 명명함직한 당대의 풍속을 암시한다. 세상에는 교환 가능한 수많은 '옵바'와 그 누이들로 넘친다. 다음은 그 한 양상이다. - 본문 71쪽 중에서